연합뉴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10년간 87만 평의 공공택지를 매각해 약 5조5천억원의 이득을 봤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SH가 매각한 28개 사업지구의 택지 판매이익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 SH가 제출한 '사업지구별 택지매각 현황'과 '분양가 공개서'를 참고했다.
시세 조사는 KB부동산,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시세정보 등을 활용했다. 토지 시세는 아파트값에서 건축비를 제한 후 용적률을 고려하여 산출했다. 건축비는 평당 400만원~600만원까지 분양 시기별로 적용했다.
경실련 제공
분석 결과 SH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10년간 약 87만 평의 토지를 매각했다. 매각액은 14조2363억원이다.
택지의 평균 수용가는 평당 334만원이고, 유상면적으로 나눈 용지비는 평당 633만원이었다. 조성원가는 평당 1010만원이다. 조성원가가 수용가보다 3배 높다.
경실련은 "매각액 14조2363억원을 택지조성원가를 적용한 8조7679억원(평당 1010만원)과 비교하면 총 5조4684억원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사업지구별로 따져보면, 약 87만 평의 판매면적 중 43%를 차지하는 마곡지구(37만 평)의 판매차익이 가장 컸다. 조성원가는 3조9624억원이었는데 판매가는 6조5009억원으로 2조5385억원의 차이가 났다.
평당 차액이 가장 큰 곳은 문정지구다. 판매가는 평당 2858만원, 조성원가는 평당 1734만원으로 1125만원의 차액이 있었다.
경실련 제공
28개 사업지구의 아파트 토지 시세를 조사한 결과 평당 552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시세를 필지 용도별로 30%~150%까지 적용해 토지 시세를 다시 산정했다. 그 결과 87만 평을 SH가 보유했을 시 현재 시세는 평당 4340만원, 37조7천억원으로 추정됐다. 토지수용가의 13배이며, 수용가보다 4천만원이나 상승한 값이다.
경실련은 "조성원가를 제하더라도 29조의 자산 증가와 이익이 서울시민 몫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실련은 "공기업이 선분양 특혜와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위임 권력인 3대 특권을 남용해 제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3기 신도시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공동주택지 판매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며 "국회는 택지개발촉진법, 공공주택 특별법을 즉시 개정,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공동주택지 매각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H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SH는 지난 10년간 약 15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해 무주택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특히 약 13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해 매년 3500억원 수준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공공분양사업과 택지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최소한의 수익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조성원가에 대해서는 "SH가 사업시행한 지구의 토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공공청사용지 및 학교용지 등 일부 공공용지만 조성원가로 공급하고 있다"며 "분양주택용지나 상업·업무용지 등 대부분의 토지는 최고낙찰가나 감정가로 공급하기 때문에 토지조성원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