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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공항 꼭 1개" vs "정권 심판하려면 2번"

국회/정당

    "부산에 공항 꼭 1개" vs "정권 심판하려면 2번"

    • 2021-03-31 07:21

    자영업·소상공인 정권심판론 우세…20·30대는 '샤이 보수'일까?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26일 부산 수영구 KBS에서 방송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졌어도, 성난 민심은 숨겨지지 않았다.

    기자는 29일 부산을 찾았다. 정부·여당을 향한 부산의 여론은 날씨만큼 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에 큰 격차로 뒤진다는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였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민주당이 전국정당의 교두보로 꾸준히 공을 들여온 곳이다. 성추행 파문으로 물러난 오거돈 전 시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5일째를 맞은 이날 해운대는 부산을 덮친 역대 최악의 황사만큼이나 '정권 심판론'이 짙게 깔린 모습이었다.

    해운대 선수촌 아파트에 산다는 50대 여성에게 부산 민심이 어떤지 묻자 "전임 시장(오거돈 전 시장)이 했던 같은 실수는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민주당은 그런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잊고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중년 여성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편 가르기 하는 게 싫다"며 "권력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만큼은 모두를 융합할 수 있는 후보가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런 심판론을 파고들었다. 반여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유세차에 오른 박 후보는 "이 정권의 위선과 무능과 오만과 실정을 반드시 민심의 몽둥이로 때려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에는 유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지자들이 사방을 메우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열기에 호응한 박 후보의 표정은 조금 상기돼 있었다.

    그러나 한 60대 택시 기사는 기자에게 "박형준은 시민이 자기를 좋아해서 찍어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4년에 대한 평가가 표심을 좌우하고 있을 뿐, '김영춘 대 박형준'의 인물론에선 결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방증인 듯했다.

    김 후보는 그 틈을 노렸다. 비록 초반 판세는 뒤처져 있지만, '유능한 일꾼론'을 앞세워 역전하겠다는 절박함이 감지됐다. 그는 점심시간 연제구 거제시장 사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영춘대길(김영춘+입춘대길) 김가덕(김영춘+가덕도)이 인사드립니다"고 말문을 연 김 후보는 스스로 '가덕 김영춘'이라고 할 만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힘 있는 여당 시장"을 강조했다.

    유세에서도 "2029년까지 공항 완공 새빠지게 밀어붙여서 초스피드로 해야 하는데, 야당 시장이 가능하겠나"라고 했다.

    김 후보에게 지지자들이 보내는 기대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연제구에 사는 김혜영(42)씨는 김 후보를 뽑겠다면서 "공약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녀딸을 품에 안고 유세장에 나온 전병휘(68)씨는 "자식들이 외국에 가면 인천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며 "항만·철도를 넘어 항공이 (물류의)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부산에도 공항이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20·30대는 어떨까. 이들이 주로 모이는 광안리·해운대·서면 일대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20·30세대들은 대부분 선거에 무관심한 반응 일색이었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 "할 말이 없다"라며 기자의 질문을 피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20·30대의 보수층 지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몇몇 대학생은 인터뷰에 응했다. 부산대 4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은 "1년 남짓 짧은 임기의 시장인 만큼 여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부경대 대학원을 다닌다는 남학생 박모씨는 "산학협력 같은 청년을 위한 정책이 박 후보에게서만 보이는 것 같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에 한 표를 보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이대론 못 살겠다"며 야당 지지에 무게를 싣는 편이었다.

    부전시장에서 전자기기 가게를 운영한다는 중년 남성은 "오거돈을 찍었던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박 후보를 둘러싼 '엘시티 의혹' 등 거센 공세도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는 현지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 상인은 박 후보의 엘시티 의혹을 꺼내자 "오히려 민주당이 더 거짓말을 많이 한다"며 "그 집값(엘시티)도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올린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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