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제공
오는 9월부터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 수사를 할 수 있게 된 가운데, 관계부처들이 모여 실무적용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주최하고 경찰청과 여성가족부과 주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앞서 지난 23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대화를 반복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형사 처벌하고,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위장 수사 제도를 도입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해당 개정안은 6개월 뒤인 오는 9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유나겸 사이버성폭력수사팀장은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다시 한다면 위장 신분으로 유료방 잠입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신분 노출 방지, 수사관 불안감 해소 등을 통해 다양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사방 수사를 담당했던 그는 이른바 '박사 유료방'에 잠입했을 당시 신분을 인증하라거나, 성착취물을 유포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당시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박사'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 확보, 범행증거 수집, 공범 확인, 새로운 피해여성 확인 및 보호를 위해서는 유료방에 경찰관임을 밝히지 않고 잠입해 수사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당시 의견이 분분했지만 박사가 요구하는 유포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을 조각 받기 어렵다고 판단돼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사항에 대해 건의했다. 먼저 '신분 비공개 수사'에 대한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위장 수사는 크게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 위장 수사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아니하고 범인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활동으로 상급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을 경우 최대 3개월까지 가능하다.
유 팀장은 "'신분 위장 수사'는 최대 1년까지는 3개월마다 연장이 가능하나, '신분 비공개 수사'는 최대 3개월이라는 기한의 제한이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국제 공조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볼 때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재 위장 수사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 다루고 있다 보니,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이 없다면 신분 위장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위장 수사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제공
하남경찰서 박미혜 여성청소년과장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성매매와 같은 접촉범죄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성착취물 등)에서 더 나아가 성매매 행위까지 위장 수사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확보단계부터 합법적으로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는 규정과 피해자가 없어도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 법안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림대학교 장윤식 교수는 "위장 수사는 범죄 억제 및 효과적인 수사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통제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라인에 특화된 규율과 수사기법, 위장 수사 실행매뉴얼이 개발돼야 한다"며 "위장 수사가 얼마나 합법적으로 잘 관리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는지가 경찰 수사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잠재적 성착취 범죄자들의 범행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됐다"며 "경찰의 신분 비공개와 위장수사로 온라인 그루밍과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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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도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의 통과로 온라인 그루밍에서 성매매, 성착취로 이어지는 범죄의 연결고리를 초기에 끊고,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수사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