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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경력 인정 못해" 경북대병원…인권위 권고 '불수용'

사건/사고

    "비정규직 경력 인정 못해" 경북대병원…인권위 권고 '불수용'

    아산병원 2년 근무이력에도…'위조문제' 등 들어 호봉적용 난색
    "고용형태 이유로 한 차별…합리적 처우로 보기 어려워" 지적

    경북대병원. 연합뉴스

     

    다른 상급종합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경북대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했지만, 병원 측은 이를 3차례나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경북대학교 병원장에게 직원들의 입사 전 경력을 평가할 때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이었단 이유만으로 이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관련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앞서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로 12년째 근무 중인 A씨는 "병원 측이 정규직으로 채용한 직원들의 호봉을 산정함에 있어 다른 병원에서의 정규직 경력은 인정하면서 비정규직 경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입사 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 동안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본원에 근무한 임시직·계약직은 근무형태와 근로조건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타 병원 비정규직 경력의 경우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제출의 한계와 서류 불일치 및 위조문제 등 정확성 판단의 문제로 호봉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비슷한 규모를 지닌 타 병원들의 인정기준도 대동소이하다며 "신규임용 시 경력 인정범위를 정하는 것은 인사관리의 효율성과 해당 근로자의 경력에 따른 책임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관의 재량 범위"라고 반박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경북대병원은 다른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했을 경우 80%,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60%의 경력을 인정해 호봉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근무지였던 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함에도 병원 측은 비정규직이었다는 근거로 경력에 산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는 병원 측이 경력인정제도의 취지를 부인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력인정제 자체가 입사 전 이력이 병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업무 적응, 의료전문인력 수련 및 교육 등에 유용하단 사실을 전제로 이전 경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란 점을 짚은 것이다.

    인권위는 "A씨가 근무한 병원의 공신력을 고려할 때 이 병원에서 확인한 근무경력은 비록 비정규직이라 해도 경력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 위험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지원자들이 입사 전 경력을 위조한다 해도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등 별도의 후속조치가 가능하다. 구체적 근거 없이 서류 위·변조의 위험이 있다는 우려만으로 다른 병원에서의 비정규직 경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에 따른 조치"라며 "그 외 달리 차별적 처우의 합리적 이유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력직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직무 간 유사성'임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 스스로 인정하는 경력인정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기준은 일정한 경험, 지식 또는 기술을 가지고 수행한 입사 전후 직무 사이의 유사성 여부"라며 "특정 경력을 차등 대우한다면 그 정도가 합리적 수준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방사선사로서 이전 기관에서도 같은 업무를 수행했고, 피진정인 스스로도 방사선사들은 배치부서와 상관없이 직무의 기본이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어 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했다 해서 업무 성격과 중요도가 현저히 다르거나 낮다고 평가받을 이유가 없다"며 "경력인정 비율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면 고용형태가 아닌 직무유사성에 기초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A씨가 입사 전 타 병원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경력의 가치를 재심의하고,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함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19년 인권위가 유사진정에 대해 차별시정을 권고했지만, 이번 사례와 같은 이유를 들어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진정이 반복적으로 접수됨에 따라 권고 필요성 여부를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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