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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1인 1실'…인권위, 직장운동경기부 권고이행 점검

사건/사고

    '표준계약서', '1인 1실'…인권위, 직장운동경기부 권고이행 점검

    지난해 7월 문체부 등 266개 기관장에 '인권보호 개선책' 권고
    "스포츠분야 정책권고 이행점검, 올해 주요과제…꼼꼼히 살필 것"

    운동부 폭력.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 이후 스포츠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2년 전 직장운동경기부 실태조사에 나섰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관계기관들에 내렸던 권고 이행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인권위는 8일 "올해 주요과제로 '스포츠분야 정책권고 이행 점검'을 선정했다"며 "앞으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보호 및 증진 권고에 대한 각 기관의 이행실태를 면밀히 점검함으로써 권고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9년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광역지자체장·시도체육회장 등 266개 기관장에게 직장운동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지난해 7월 29일 권고했다.

    지난 2019년 1월 심 선수가 오랜 기간 조재범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및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권위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꾸려 대대적 조사에 들어갔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 소속으로 활동하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40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수들은 운동을 업으로 하는 성인임에도 과도한 사생활 통제와 부당한 근로계약 등 반(反)인권적 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 박종민 기자

     

    직장운동경기부 소속팀 중 신체폭력을 경험한 선수들은 15.3%(1251명 중 192명)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머리박기·엎드려뻗치기 등(8.5%·106명) △계획에 없던 과도한 훈련(7.1%·89명)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5.3%·66명) 등으로 파악됐다. 거의 매일 구타 등을 당한다고 응답한 피해자도 8.2%(102명)에 달했다.

    성폭력은 여성 선수들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들이 당한 성희롱 경험은 309건으로 여성 선수가 73.8%(228건)로 남성 선수(26.2%·81건)를 훨씬 앞섰다. 피해유형은 △특정 신체부위·외모 등에 대한 성적 농담(10.5%·65건) △불필요한 신체접촉(8.4%·52건) △듣고 싶지 않은 음담패설·성적 비유 등(7.6%·47건) 등으로 조사됐다.

    피해장소는 선수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훈련장 및 경기장'(213건)이 가장 많았고, △회식자리(51건) △라커룸(2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86.4%는 합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신체 민감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폭력 피해도 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여성 선수의 비율(71.1%·37건)이 남성 선수(28.8%·15건)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선수들은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강제로 만지는 성폭력(3.2%·21건) △강제키스나 포옹(2%·13건) △신체부위를 몰래 도는 강제 촬영(1%·7건)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답변했다.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필드에서 뛰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심층면접조사 결과,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은 본인의 연봉은 물론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알지 못한 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선수 당사자가 아닌 지도자(감독)에 의해 연봉, 근로조건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관행도 있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권위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의 언어적·신체적 폭력, 성폭력 피해 등은 헌법 상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구제하고 예방하기 위해 선수 및 지도자의 행동규범, 훈련장 및 숙소생활 등 인권침해 예방 인프라 구축, 심리·법률상담 등 피해자 지원 강화 등 종합적이고 체계화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인권보장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그러면서 "특히 기존에 대한체육회 등에서 실시한 스포츠인권 교육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 등 폭력 예방교육과 더불어 스포츠 인권 교육이 실효성 있게 실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직장운동경기부 근로계약 실태를 파악해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고 사용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팀 내 폭력의 온상이 된 합숙소 또한 폐지하거나 선수생활관(훈련 사이 휴식공간)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언했다. 불가피하게 운영될 경우에도 '1인 1실'이나 '2인 1실'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들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령과 조례, 규정 제·개정 등을 통해 △인권보호내용을 포함한 '직장운동경기부 운영규정' 마련 의무화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합숙소 운영관리사항'의 지침 명문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 향후 '선수 맞춤형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1인 1실 등 합숙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이행계획도 인권위 측에 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권고사항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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