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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 출입금지'한 아파트…택배노조 "갑질 행위…집앞 배송 중단"

사건/사고

    '택배차 출입금지'한 아파트…택배노조 "갑질 행위…집앞 배송 중단"

    노조 "택배차량 단지 내 출입 허용하고 안전 대책 마련해야"
    "철회하지 않으면 14일부터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송"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택배노조가 아파트 단지의 '택배차량 지상 출입 금지' 조치는 전형적인 갑질 행위라며, 시정하지 않으면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오전 11시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 1번 출구 앞 공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일방적인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에 맞서 14일부터 아파트 입구까지 배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허용하고 안전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5천 세대 규모인 강동구 고덕동의 모 아파트는 안전 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의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을 금지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손수레로 배송하거나 저탑 차량으로 바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첫 시행일에 택배 기사들이 상자 수천 개를 단지 후문에 두고 가,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박스를 찾아갔다.

    택배 노동자들은 아파트 측의 이 같은 통보가 전형적인 '갑질'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해당 아파트는 1년간의 유예 기간을 줬다고 말하지만, 택배 노동자와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었다"며 "사실상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택배 기사들이 일반 택배 차량과 저상 택배 차량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측이 내놓은 저탑 차량·손수레 이용 등의 대안이 택배 노동자를 신체 손상, 과로 등으로 내몬다고도 짚었다.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 차량에 오르내리며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데, 차량 높이가 낮아지면 근골격계 질환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반 택배 차량의 화물실 높이는 1m 80cm, 저상 택배 차량의 높이는 1m 27cm가량이다. 노조는 "일반 차량에서는 허리를 펴고 작업할 수 있으나, 저상 택배차량의 경우 허리를 깊이 숙이거나 기어 다니면서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 택배 터미널에서 물건을 싣고 배송 지역으로 오는 일을 추가로 하게 된다"며 "저상 탑차로 개조하거나 교체하는 비용도 모두 택배 노동자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손수레를 이용한 배송을 두고는 "아파트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택배 물품이 손상되기도 쉽고, 손상되면 택배 노동자 개인이 변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한 아파트는 고덕동 아파트 뿐만이 아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한 아파트는 수도권·부산·대구 등 전국 179곳(중복 포함)이다. 노조는 공식 지침을 통해 저탑 차량으로 해당 아파트에 배송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저탑 차량으로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배송하는 롯데 택배, 우체국 택배 조합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아파트 출입구 인근에 쌓인 택배상자들. 연합뉴스

     

    노조는 택배사들에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해 배송 접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들이 갑질 때문에 힘들어하든 말든 배송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당장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대리점협의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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