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2030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황진환 기자
4·7 재보궐 선거의 참패 원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진영 내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LH사태 등 부동산 악재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전이 진행 중이다.
◇다시 시작된 당내 '조국 감싸기' 비판…함구하던 초선까지 가세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우리 당의 핵심세력은 정책에 대한 여론이 어떠하던 180석을 주신 민의를 받들어 돌파해야 하고, 인물에 대한 시중의 평가가 어떠하던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하였던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 당의 핵심세력'은 이른바 당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인물'은 조국 전 법무장관을 의미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는 4·7 재보선 직후 당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김해영 전 의원은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검찰개혁을 조국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맞지만 그 역할을 꼭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전 장관이 맡았어야만 했는지를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움직임에는 한동안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던 초선 의원들까지 동참했다.
지난 9일 초선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라고 반성에 나섰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여겨지는 검찰 개혁의 특성상 최대한 갈등을 봉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지나치게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바람에 오히려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2년 전 일어난 조국 사태가 아직도?"…"당권·대권레이스 흔들려는 전략"다른 한 편에선 2019년 전에 발생한 조국 사태가 정말 이번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냐는 정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2020년)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겠느냐"며 "서초동 촛불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가 악재라면 시기적으로 더 가까웠던 지난해 총선에서 더 나쁜 영향을 미쳤어야 했는데, 오히려 지난해 총선은 압승을 거뒀고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은 다양하다"며 "2년 전에 발생해서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극렬한 대립까지 벌였던 조국 사태가 이번 보궐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보선 후 나타나고 있는 '조국 반성'이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당내 친문 진영에 부과함으로써 향후 당권이나 대권 경쟁의 판을 흔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조국 이외의 다양한 악재 겹쳐졌지만…편가르기 계속되면 좋지 않을 것"이번 선거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은 LH사태와 아파트 값 폭등 등 부동산 관련 악재라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게 됐음에도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점과 피해자에 대한 늦은 사과, 여기에 여권 인사들의 2차 가해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반감을 사게 됐다는 점도 큰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을 당내의 친(親)조국 움직임에 대한 반향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그간 여권 인사들의 쏟아낸 언행들이 단순히 조 전 장관 개인에 대한 옹호를 넘어서 '여당의 오만함' 내지는 '내로남불'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2030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도종환 비대위원장,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황진환 기자
특히 '조국 비판'이나 '조국 사태 비판', '조국 옹호 주장에 대한 비판' 등을 '검찰개혁 반대'로 싸잡으며 '조국을 옹호하면 내 편, 비판하면 네 편'과 같은 식으로 대응해서는 당 쇄신의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30세대 중심의 당내 혁신을 이끌겠다며 나선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등 5인의 초선 의원들이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언론을 젊은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구분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저희가 ‘스스로의 오만, 게으름, 용기 없음’에 대해 상세히 고백한 반성문은 지난 이틀 동안 본질과 세부 내용이 생략된 채 자극적인 제목으로 곡해되어 다루어졌다"며 "언론들에 요청한다. 정치부의 젊고, 더 나은 저널리즘을 꿈꾸는 언론인들이 저희와 함께 논의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 틀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들과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요구인 셈이다.
민주당의 한 서울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 참패의 이유를 두고 조국 탓은 물론이고 친문 탓, 언론 탓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모든 것을 '우리 민주당의 탓'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간 민심과 당심을 두고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만큼 계속해서 이를 청취하고 쇄신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