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대법원 제공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2일 열렸지만 연초부터 사법부를 향했던 주요 비판 지점들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21년 제1차 정기회의가 열린 이날 새 의장에 함석천(사법연수원 25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부의장에 오윤경(33기)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를 선출했다.
앞서 이동욱(26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곽경평(32기) 전주지법 부장판사도 각 의장·부의장 후보로 추천됐지만 최종적으로는 함·오 부장판사만 단독 출마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었다.
회의가 열리기 전 정식으로 상정된 안건은 '법관 부족 문제 해결' 관련 1건이었다. 그러나 회의 현장에서 발의자 1명 외 9명이 동의하면 즉석으로 안건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 사법부를 달궜던 각종 논란에 대해 법관대표들이 의견을 모을지 관심이 쏠렸다.
국회가 지난 2월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를 하면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임 전 부장판사와의 과거 대화 내용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거짓 해명을 한 '녹취록 파문'까지 터지며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자신이 사의를 표하자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분위기를 언급하며 사표 제출을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탄핵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맞섰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가 대화 당시 김 대법원장의 육성을 녹취한 파일을 공개해 해명이 허위임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최근 헌재 변론준비기일에 나와 과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탄핵을 결의한 것을 두고 회의 구성원들의 편파성을 지적하기도 한 상황이다. 이에 구성원 중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 소속 비율을 확인해달라는 사실조회신청까지 한 만큼, 이에 대한 법관대표들의 반박이나 유감 표명 등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그러나 이날 오전 법관대표회의 의장 선출에 이어 오후까지 사법행정담당자 보고와 분과위원회 구성 등 절차적 논의에 치우치면서, 1건 상정된 법관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심의를 마치지 못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안건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고 법관대표 소속 법원 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상반기 중 임시회의를 소집해 다시 심의·의결하기로 표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관대표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거짓말 논란이나 첫 법관 탄핵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이제는 제도 개선뿐 아니라 현재 제도하에서 좋은 재판을 실현해야 한다"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거짓 해명 논란 당시 법원 내부 게시판 글과 지난달 초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부주의한 답변이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녹취록 발언들 중 '사법농단 법관 탄핵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전국법관대표 125명 중 113명이 출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