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 K8'.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의 야심작 K8을 시승했다. K8은 기아가 회사 이름에서 '차'를 떼고 출시한 첫 모델이다. 새로운 로고가 차량에 부착된 첫 차량이기도 하다.
그간 '스포티함'을 내세우며 고성능에도 '기아차' 엠블렘이 유일한 걸림돌이란 지적을 받았던 기아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기로 작심한 듯 야심작을 내놓았다. 이미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가 예약되며, 흥행을 예고한 상태다.
시승한 뒤 내린 결론은 주행감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넉넉한 출력(300마력)을 뽑아내는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대로 시종일관 경쾌하면서도 자연스런 가속감을 느끼게 했고, 8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아 승차감 측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차량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이 만들어내는 감성은 기존 국산차 대비 묵직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기아의 주행감성이 점차 독일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기아 ' K8'. 기아자동차 제공
특히 신형 K8은 국산 준대형 전류구동 기반 세단 최초로 사륜구동 옵션이 채택됐다. 여러모로 독일의 명차 아우디와 일합(一合)을 겨뤄볼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승 차량은 3.5 가솔린 시그니처 트림의 전륜구동 모델로 거의 모든 옵션이 적용돼 가격이 4912만원에 달하는 모델이었다.
첫인상은 다소 과격한 외장 디자인이다. 범퍼와의 경계를 없앤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 등은 기존 자동차의 디자인 화법에선 파격에 가까웠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K8의 차체 길이(전장)는 5015㎜로, 경쟁 모델인 그랜저와 비교하면 무려 25㎜ 더 길고, 제네시스 G80보다도 20㎜ 길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거)는 2895㎜로 그랜저보다 10㎜ 길다.
반면 전고는 1455㎜로, 기존 K7 모델이나 그랜저보다 15㎜ 낮다. 실제로 뒷좌석에 앉으니 다리를 꼬거나 앞으로 뻗을 수 있을 정도로 레그룸은 매우 넉넉한 반면 헤드룸은 여유 공간이 많지는 않았다. 가방이나 옷을 걸어둘 수 있게 옷걸이 형태로 만든 헤드레스트 모양도 독특하고 실용적이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자 운전석 시트가 조여들며 몸을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K8은 스포츠 모드가 아닌 노멀 모드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가속을 하면 시트를 조여주는 기능이 적용됐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K8에는 무중력 포지션과 마사지 기능이 있는 에르고 모션 시트와 메르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럭셔리 프리미엄 차급에 적용되는 옵션이 대거 적용됐다. 12.3인치 계기반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부드럽게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도 새로운 시도이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지점은 차량의 크기가 커졌음에도 거동이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급한 커브 길에서 흔들리거나 뒤뚱거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특히 엔진의 출력을 키웠음에도 연비가 나쁘지 않은 점도 좋았다.
기아 ' K8'. 기아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