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직접 나서겠다""중국의 슈퍼컴 업체와 거래를 끊겠다"
이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 회의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반도체 헤게모니 탈환'을 선언하자 인텔·TSMC가 곧바로 내놓은 화답이다.
이처럼 각 기업들이 백악관의 요청에 준비한 답을 내놓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삼성전자 역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하는 부담이 커졌다.
먼저 백악관 화상 회의 직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9개월 내에 실제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인텔 로고. 연합뉴스
이어 지난 15일 홍콩의 한 언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인 페이텅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페이텅을 포함해 중국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페이텅 뿐 아니라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기업도 TSMC에서 반도체를 공급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뿐 아니라 TSMC의 미국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현재 미국에서 건설 중인 생산 라인에 핵심 인재 1000명을 파견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선발 작업에 착수했다.
TSMC 로고. 연합뉴스
특히 지난 15일 진행된 1분기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TSMC의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앞으로 시장의 수요 및 생산 수율을 고려해 생산 확충계획을 결정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TSMC는 트럼트 행정부때부터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있지만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미국 고객사의 주문량이 늘어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미국과 중국에 모두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고 양국의 주요 기업들을 고객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를 운영중이고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는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있다.
일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 인텔처럼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미국에 짓기로 하고 투자협상을 진행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도 앞당겨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 뉴욕, 애리조나 주정부와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중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세제 혜택 등 삼성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증설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지난 14일 북미총괄 대외협력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객들에게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가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에 대한 500억달러 지원을 논의중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가운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