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관련 기업 간 대규모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사업구조 재편과 관련해 공정위에 접수된 기업결합 건수는 모두 5건으로 이 가운데 2건은 이미 승인됐고 나머지 3건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기업결합의 경향은 주력 분야로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동종업체 간의 수평적 결합과 함께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5G 등 혁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종업체 간 수직적·혼합적 결합 양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종업체간 기업결합…디바이스의 맥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M&A우선 동종업체간 기업결합으로 이 달초 승인된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맥심 주식취득 건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지난해 7월 맥심(미국)의 주식 69%를 210억 달러(약 23조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소리, 빛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분리·증폭시키는 기능을 하는 아날로그 집적회로(IC) 분야의 대표주자이다. 자동차 및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맥심과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올해 4월 관련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고, 점유율 증가폭이 6%p로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글로벌 웨이퍼스(대만)는 실트로닉(독일)의 주식 50% 이상을 45억 달러(약 5조 원)에 취득하기 위해 올해 1월 공정위에 임의적 사전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 승인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역량 집중 등을 위해 기업결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 제공
반도체 집적회로(IC)의 주요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시장 3위 사업자인 글로벌 웨이퍼스는 M&A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실트로닉의 강점인 5G, IoT 분야에서의 신규 수요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미국)의 낸드플래시 및 SSD(Solid State Drive) 사업부문(중국 다롄 공장)을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이고, SSD는 낸드플래시에 기반한 대용량 저장장치를 말한다.
SK하이닉스는 DRAM에 비해 부진한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보강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인텔은 전체 매출의 10% 미만에 불과한 비주력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종업체간 기업결합…AMD의 자일링스, 엔비디아의 ARM 인수
특히 이종업체간 기업결합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CPU와 GPU등을 제조하는 AMD(미국)는 지난해 10월 AI 및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제조업체인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AMD는 자일링스를 인수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부응하고 5G, 자율주행차, 항공, 방위 산업 등의 최신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GPU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미국)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ARM(영국)을 400억 달러(약 44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업결합을 통해 ARM의 CPU 설계 기술을 자사의 GPU 기술과 결합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로봇 공학 등에서 AI 컴퓨팅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반도체 분야의 시장구조 재편에 지장이 없도록 가급적 신속하게 관련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관련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심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