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소비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힌 '액체형 가습기살균제'가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로 최근까지 버젓이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2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미승인 가습기살균제 판매' 관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참위는 지난 1월 25일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액체형 가습기살균제 3종과 고체형 가습기살균제 2종, 가습기용 아로마방향제 1종 등 가습기살균제 및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 6종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들은 모두 일본산으로 액체형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 살균타임' △'가습기에 좋다' 제균제 △'디펜드 워터', 고체형 가습기살균제 △'쾌적공간 가습기 깨끗' △'요오드로 깔끔히', 가습기용 아로마방향제 '라구쥬란스 가습기 아로마제균 플러스'다.
문제는 가습기살균제가 지난 2019년 2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 상 하위법령에 따라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 또는 수입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안전성에 관한 자료 △독성에 관한 자료 △효과·효능에 관한 자료 △흡수·분포·대사·배설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사참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립환경과학원장에게 실제로 승인을 요청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결국 올 초 구매한 가습기살균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품의 표시된 성분만 보더라도 에탄올·은이온·계면활성제·방부제 등 화학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인체 흡입 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록 천연식물을 사용했다 해도 농축 정도나 다른 혼합물에 의해 얼마든지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승인 없이 판매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부는 해당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던 지난해 7~11월 약 5개월에 걸쳐 생활화학제품 안전실태(유해물질 함유기준 초과 및 안전확인·신고 미이행 등 화학제품안전법 위반)를 조사했음에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표시기준을 어겨 제조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린 148개의 생활화학제품 중 가습기살균제 제품과 유통·판매업체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과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사참위가 지난해 11월 가습기 장착부품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진행할 당시에도 '국립환경과학원과 지방환경청이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조사 중이라면서도) 포털사이트 검색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가습기살균제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사참위가 지난해 10월 문제를 제기한 살균부품 형태의 가습기살균제 또한 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들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를 방치하는 행태는 매우 유감"이라며 "판매경로가 해외직구,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점검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참위는 사참위의 활동 근거인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제정 문제로 '줄다리기' 중인 환경부를 재차 비판하기도 했다.
황 소위원장은 "환경부가 (미승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왜 적발하지 못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사참위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아 5개월 가까이 사참위 업무가 마비 중이고, 예비비가 없어 직원들의 급여도 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사참위 활동 방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