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최종 당대표 후보로 선출된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드러난 정부·여당심판론을 극복하고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될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이 반성과 미래가 아닌 과거사 대결로 번지고 있다.
재보선 패배 원인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대안 제시보다 상대방의 과거 실책이나 계파성 등을 언급하며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설전은 호남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부터 시작됐다.
홍영표 후보는 '당명만 빼고 다 바꾸자'며 전방위 쇄신론을 들고 나온 송영길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해 온 정체성, 가치를 모두 버리고, 당청 관계에 있어서도 청와대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최근 당 쇄신의 방향에 있어 다른 후보들보다 선명성을 드러내는 송 후보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여당 대표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당청과의 공조임을 알면서도 내놓은 질문인 셈이다.
홍 후보는 송 후보를 향해 2006년에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잠룡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제2의 노무현'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송 후보의 행동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거부했던 일과 비교하며 사실상 '이적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마저 풍겼다.
우원식 후보는 송 후보의 과거 발언을 꺼내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더 이상 신규 원전 건설은 없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송 후보는 2019년 1월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를 가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공약사항이자 국민들이 숙의해서 결정한 것을 송 후보 혼자서 뒤집은 꼴"이라고 말했다.
송영길(오른쪽 부터), 우원식, 홍영표, 정한도 후보자. 윤창원 기자
아울러 송 후보가 2017년 2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캠프의 일자리 공약을 비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제2의 노무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2007년 대선이 끝난 이후이고,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입장도 이미 일단락 됐으며, 일자리 공약은 당시 자신이 캠프에 합류하기 전이었고, 싱크탱크의 제안 차원인줄 알았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계속됐다.
우 후보는 "제가 말씀드린 2가지와 홍 후보가 제기한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이런 3가지 사례만 봐도 원만한 당청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의 걱정이 많다"며 자질 논쟁을 이어갔다.
송 후보의 과거 행위에 대한 비난전은 대전에서 열린 2차 토론까지 이어졌다.
우 후보는 송 후보가 인천시장이던 시절 경인 아라뱃길을 조성한 경인운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2조 7천억 원의 세금이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송 후보가 "우리의 생각, 방향과 다른 얘기를 하시고 계신다"며 "최소한 우리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독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 당대표로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홍 후보도 "저도 자전거를 타는데 그 것은 몇백억원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렇게 답변하신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비난전에 참여했다.
이들 후보는 자질 공방을 위해서는 14년 전에 있었던 발언까지 들춰냈지만 왜 지난 재보선이 치러졌는지, 또 참패했는지에 대한 반성이나 원인 분석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20대가 민주당에게 등을 돌린 것이 불공정 때문이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 일련의 조치들이 늘 뒤늦게 나온 점을 감안할 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과 제언이 다수 제기되고 있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이나 성비위 재발방지와 후속조치에 대한 프로토콜 등은 두 차례에 토론회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잘못됐다"고만 할 뿐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공급 확대책을 모색하는 등 규제일변도에서 방향을 선회한 당청의 움직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또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민생을 챙기자는 주장이 문재인 정부가 민생을 챙기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이냐', 'LTV를 몇 퍼센트로 하는 것이 맞느냐' 등 다소 부차적인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아오기 위해 당을 어떻게 변화시키겠다는 얘기를 해야 시청자들도 토론 내용에 관심을 가지실 텐데 미래가 아닌 과거 얘기를 자꾸 하고 있다"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반성과 비전 제시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이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과도한 당 내부적인 경쟁과, 찾아가는 지역마다 현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목소리만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