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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지나 겨우 샤워"…인권위, 軍훈련소 실태조사 나선다

사건/사고

    "열흘 지나 겨우 샤워"…인권위, 軍훈련소 실태조사 나선다

    육군훈련소 포함 사단신병교육대 등…"각 훈련소 직접 방문"
    코로나 예방 목적 '기본권 제한' 중점…군인권센터도 진정
    화장실 사용 '2분컷'에 욕설사례도…"육군훈련소장 경질해야"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새로 입소한 육군 장병들의 샤워 및 화장실 사용제한 등 육군훈련소의 '인권 침해'가 논란이 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본격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제보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의 '직권 조사'를 촉구하며 추가사례들을 공개했다.

    인권위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에 따라 '2021년도 군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연구용역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육군훈련소를 포함해 20여곳의 사단신병교육대, 해군·공군·해병대 신병교육대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인권위는 "실태조사는 군훈련소 내 입소 훈련병의 식사·위생·의료·안전 등 기본적인 훈련환경과 훈련병에 대한 코로나19 대응체계, 격리병사 관리현황 등 인권상황 전반을 조사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조사관들은 연구를 의뢰받은 전문기관과 함께 각 훈련소를 직접 방문하고 훈련병 위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부대의 소속감 강화 등을 위해 '군인화(化)' 교육 등을 명목으로 훈련병들이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지 않은지 등을 살펴본다.

    특히 최근 논란이 불거진 훈련소의 '예방적 격리' 속 기본권의 자의적 제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6일 군 장병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시된 제보들을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한 훈련병은 1·2차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을 받고 입소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전신을 씻는 샤워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면·세족시간 등을 '4분'으로 제한해 양치와 세수는 물론 용변과 식판·수저 설거지 등을 이 시간 안에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권위는 언론 보도로 공분을 산 관련 진정에 대한 조사 또한 진행 중이다.

    인권위는 "과거 육군훈련소 등 군훈련소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의 결정례 등을 분석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훈련소에서 화장실 사용시간을 극도로 제한한 상태에서 이를 넘기면 욕설과 모욕 등이 이어졌다는 추가폭로도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한 연대에서는 생활관 별로 화장실을 '2분'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문 앞에서 타이머를 돌리고 있던 조교들은 2분이 넘으면 "개XX야", "씨X 너 때문에 뒤 생활관 화장실 못 쓰고 밀리잖아!" 등 욕설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다음 화장실 이용기회를 '박탈'하기도 했는데, 보통 5시간마다 화장실 이용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10시간 동안 화장실을 갈 수 없게 한 셈이다.

    조교들은 훈련병들이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느끼면 '사람 말을 못 알아먹는 벌레 XX' 등의 막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에 이같은 내용을 알릴 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구책으로 소변을 참기 위해 되도록 물과 우유를 마시지 않는 훈련병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 모습. 연합뉴스

     

    화장실 이용이 '이벤트'가 되자 용변이 급한 훈련병이 새치기를 하기도 하는 등 훈련병 사이 다툼도 일어났다. 우유를 마시고 배탈이 난 훈련병이 '화장실을 가게 해달라'고 사정하자 분대장 조교가 단체방송으로 "자기 차례가 아닌데 화장실을 가는 훈련병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일까지 있었다.

    지침상 1·2차 PCR 검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공용정수기 사용이 금지되는 훈련병들의 '식수권'도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소가 매일 개인별로 제공하는 생수는 500㎖ 한 병에 불과해 화장실을 쓸 때 몰래 수돗물을 마시거나 '탈수 증상'이 나타나 의무대를 찾는 훈련병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훈련소가 장병들의 화장실 이용과 세면·양치 등을 극도로 통제하는 데 반해 오히려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사시간의 밀집도는 높아 방역지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센터는 "훈련병들은 예방적 격리기간에 식당에서 마스크를 완전히 벗은 상태로 밥을 먹는다. 좌석 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식당이 좁아 서로 팔꿈치가 부딪힐 정도의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앉아야 한다"며 "육군훈련소는 훈련병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밥을 먹이면서 감염이 우려된다며 화장실은 못 가게 하는 해괴한 방역지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 초까지는 훈련병들과 가급적 접촉을 하지 않거나, 필요한 경우 방호복 및 페이스쉴드(얼굴가리개)·장갑을 착용하던 교관·조교들이 현재는 마스크만 쓰고 격리장소를 계속 들락날락하고 있다고 한다"며 "전반적으로 방역조치가 느슨해지고 있지만 유독 위생·생리현상에 관련된 통제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센터는 "감염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일정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과학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직접 모든 군 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훈련소를 흡사 포로수용소가 다름없이 운영한 김인건 육군훈련소장은 경질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센터는 이날 오후 인권위를 방문해 육군훈련소의 '집단 인권침해' 관련 직권조사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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