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에게 사과했다는 내용을 주요 뉴스로 전하고 있는 중국 매체 환구시보. 바이두 캡처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향해 "꺼져버려"라고 막말에 가까운 분노를 퍼부었던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이 하루 만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사과했다.
5일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록신 장관이 왕이 부장에게 사과했다는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중국의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에서도 록신 장관이 왕이 부장에게 사과했다는 뉴스가 이날 오전 한 때 주요 뉴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록신 장관은 자신의 사과는 잘못된 매너에 관해 왕이 부장에게 사과한 것이라며 서필리핀 해역이 필리핀의 주권에 속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록신 장관은 4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전날 흥분한 것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겠지만 왕이 부장의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의 매너와 우아함을 따라 하는 것이 나의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고 말했다.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 트위터 캡처
그는 해당 글에 붙은 댓글에 대한 답글에서는 왕이 부장이 미얀마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며 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에 가서 그의 의견을 듣고 따랐다고 말했다.
록신 장관이 말한 중국 방문과 아세안 정상회에서 왕이 부장의 의견을 따랐다는 것은 지난달 초 중국 남부 푸젠성을 방문해 왕이 장관과 회담한 것과 24일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의장성명 부속문건 형태로 정상들이 미얀마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록신 장관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내친구여, 얼마나 정중하게 말해야 할까. 어디 보자…꺼져버려",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잘생긴 남자에게 관심을 뜯는 추악한 멍청이", "우리 우정에 무슨 짓을 한거냐,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고 한 나라의 외교수장으로서는 보기 드문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발언을 통해 "필리핀의 관련 인사는 발언할 때 기본 예의와 신분에 맞게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중국의 주권과 관할권을 존중하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조치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무례하게 대하고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우리는 과거든 현재든 중국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며 록신 장관을 나무랐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서는 사용승인이 나지 않은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맞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