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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는 대체로 과장?"…60대·10대男 감수성 가장 낮아



사건/사고

    "성희롱 피해는 대체로 과장?"…60대·10대男 감수성 가장 낮아

    인권위, 성희롱 관련 '국민의식' 조사…대상군별 설문 달리해
    행위자 개인에 초점…'업무상 관계' 주목한 판결례와 온도 차
    女 '사회분위기'·'낮은 처벌' vs 男 "성희롱인지 잘 몰라서"
    "부양책임은 남성 몫" 등 성역할 고정관념 남성이 더 내면화

    연합뉴스

     

    '성희롱(sexual harassment)은 처음부터 '싫다'를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다', '성희롱 피해는 대체로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연령대가 높은 남성일수록 사건 책임을 피해자 쪽에 전가하는 등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행복한 일 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및 직장인 등 남녀 1만 212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성희롱 예방 및 근절방안 모색'을 목표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기존 성희롱 연구가 피해유형·정도 등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연구는 성별·연령 등 인구 특성에 따라 전국 단위로 국민의 성희롱 의식수준을 조사·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의 이해도를 고려해 대상군마다 설문지를 달리 적용한 온라인 '맞춤형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국민 대부분은 성희롱을 조직 차원에서 '평등하고 건강한 공동체'의 조성을 저해하는 문제라기보다 남성 또는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이 '성희롱'을 통해 연상한 단어들은 내용적으로 △성추행 △성폭행(력) △신체접촉 △폭행(력) 등 행위 유형이 16개(5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장 상사' 등 '당사자 관계'는 6개(20%), '행위 결과' 4개(13.3%), '사후 절차' 3개(10%), '행위 상황' 1개(3.3%) 등의 순이었다.

    이에 반해 판결례에서 추출된 단어들은 △의도 △동기 △상대방 반응 등 '행위 상황'에 대한 단어가 13개(43.4%)로 최다였고, '행위 유형'은 6개(20%)에 그쳤다. 이밖에 '행위 결과'는 5개(16.7%), '사후 절차' 4개(13.3%), '당사자 관계' 2개(6.7%) 등으로 집계됐다.

    인권위는 "국민들은 성희롱의 법적 개념, 즉 '업무상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과 달리 성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남자-여자, 가해자-피해자 등 행위가 '개인'에 집중해 '조직 내 관계'에 주목하고 '업무 관련성'을 전제하는 법적 판단과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성희롱은 성폭력 등과 구별되는 성적 언동, 말장난이나 농담 및 눈빛과 같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이르는 개념임에도, 국민들의 연상 단어에는 성추행·성폭행·강간 등 성폭력에 해당하는 단어가 8개(26.7%)나 포함됐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성희롱 법제가 성폭력과 연계해 양적 팽창을 보이고 경계 없이 확대되는 상황이 국민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은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2.8점)이 여성(2.04)보다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높았고 특히 60대 남성(3.10점)과 10대 남성(3.07점)이 성희롱 관련 이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직장 등에서 성희롱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20대 여성(1.75점)과 30대 여성(1.98점)이 성희롱 관련 잘못된 인식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등 "최근에 50~60대 남성 자치단체장과 20~30대 부하여성이 성희롱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 나타나고 있는 사건들의 문제상황과 연계해 파악할 수 있는 결과"라고 짚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민들은 성희롱의 발생 원인(복수 응답)으로 '성희롱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41.2%)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또 △성희롱에 대한 낮은 처벌(36.7%) △가해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29%)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26.4%) 등을 이유로 꼽았다.

    다만, 여성들은 절반 가까이 '사회적 분위기'(48.9%)를 택한 반면 남성들의 같은 항목 응답비율은 30.3%로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또 여성들은 '낮은 처벌 수준'을 비슷한 비중(45.2%)로 꼽은 데 비해 남성들은 '자신의 행위가 성희롱인지 잘 모름'을 뽑은 비율(32.7%)이 더 높았다. 보고서는 "남성들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부재를 주요한 발생 원인으로 들고 있다는 점은 남성을 대상으로 성희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이나 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연령대별로는 2030 세대가 △사회분위기 △성인지 감수성 △처벌 수위를 더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했고, 50~60대 이상은 '처벌 수위'보다 △상대방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 △성희롱 인식 부재를 더 많이 선택해 온도 차를 보였다.

    근본적으로 성희롱의 기반이 되는 '성차별적 인식'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견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은 남자가 여자보다 더 크다'거나 '여자들은 직장에서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등 성별 고정관념을 내면화하고 있는 정도는 남성(3.5점)이 여성(2.58점)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여자는 힘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동등한 권리만 주장한다'는 문항은 남녀 간의 평균 차이가 1.58점으로 가장 컸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성희롱 대처 방법으로는 '불쾌하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73.8%)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모르는 척하거나 슬쩍 자리를 피한다'(31.6%) 등 피해자들은 대개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보다는 소극적 대응을 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보복 또는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돼서'(60.4%), '실질적인 처벌을 할 것 같지 않아서'(44.8%)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와 사내 절차에 대한 낮은 신뢰가 작용한 결과로 조사됐다. 회사 내 고충처리기구보다는 인권위 등 외부 구제기관에 갖는 신뢰가 더 높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인권위는 해당 조사결과를 토대로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한 성희롱 관련 국민의식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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