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웅 의원,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 김웅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주호영 의원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신진 세력과 기존 중진 세력 간 불꽃이 튀기는 등 신구(新舊)대결 구도가 부각되며 '도로 영남당' 논란에서 전선이 이동하는 기류다.
◇복당 놓고 설전 연일 설전…홍준표 vs 김웅
홍 의원과 김 의원의 설전은 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놓고 시작됐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홍 의원은 공천에 불복, 무소속으로 대구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 의원은 총선 직후 복당을 희망했지만, 홍 의원과 악연이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RELNEWS:right}
4‧7 재보궐선거 이후 김종인 체제가 막을 내리고 당 지도부 교체기에 접어들면서 홍 의원이 복당을 노리자, 이번엔 초선 당권 주자인 김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이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홍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정계 입문 1년 밖에 안 되는 분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니냐"며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고 김 의원을 직격했다.
이에 김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시든 꽃잎에는 열매가 맺지만 시들지 않는 조화에는 오직 먼지만 쌓인다"며 "의원님은 조화로 살라"고 정면 반박했다. 몇 차례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홍 의원 지난 10일 복당 신청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을 재차 공격했고, 김 의원도 "후배들에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받아쳤다.
표면적으론 복당 문제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김 전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을 장외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부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의원은 11일에도 자신의 복당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김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제가 볼 때는 아직 홍 의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과거 막말 사례까지 자세히 언급하며 어떤 부분의 변화가 필요한지도 짚어드렸는데 그걸 인정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권 맞대결 앞둔 주호영‧이준석…때 아닌 등산 논쟁
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지난 10일 당권 출마를 선언한 5선 주호영 의원과 출마 선언이 임박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 사이에선 때 아닌 '등산 논쟁'이 벌어졌다.
주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웅‧이준석 등 젊은 인사들의 당권 도전에 대해 "대선은 중요한 선거를 개인의 정치적인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선 안 된다"며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 등 중간 산들도 다녀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및 당무 경험을 등산에 빗대며 각종 경험이 많은 자신이 당 대표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진정한 산악인이라면 더 험한 곳을 향해 도전할거다. 주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했냐"며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맞받았다. 보수정당 출신으로 당선이 수월한 대구 지역에서만 5선을 역임한 주 의원을 비꼰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래 선제공격할 의도는 없었는데, 주 의원이 먼저 때리니까 받아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전대를 앞두고 벌어진 신진 세력과 중진 세력 간 미묘한 신경전이 양측 모두에게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10여명의 당권 출마가 예상되는 등 후보 난립 속에서 특정 후보들 간 공방전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김종인 체제 구성을 앞두고 당내 권력 재편 과정에서 당초 '도로 한국당', '도로 영남당' 논란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 황교안 전 대표 등이 특정 후보를 후방에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며 재차 '계파 갈등' 우려가 나왔다. 동시에 PK 출신 김기현 원내대표에 이어 영남 출신 인사가 당 대표를 차지하는 데 대한 견제 일환으로 영남당 논란도 일었다.
이 와중에 신구(新舊) 대결 구도가 급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선이 '세대 교체' 또는 '초선 돌풍'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세대교체 이슈는 어느 집단에서나 있는 법"이라며 "솔직히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계파 대결보다 생산적인 논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