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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반성하지 않는 자들에게 '아들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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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반성하지 않는 자들에게 '아들의 이름으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1980년 5월, 광주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무고한 시민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댔던 계엄군은 지금까지도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정은커녕 가해자들은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 부르며 여전히 폭력을 가하고 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반성 없는 자들을 향한 영화적 단죄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 대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채근은 단골 식당에서 일하는 광주 출신의 진희(윤유선)를 만나게 되고, 그와 그의 가족이 5·18의 피해자이자 여전히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된 뒤 복수에 대한 결심을 더 단단하게 굳히게 된다.

    대리기사로 일하는 채근이 유독 한 사람의 콜만 기다리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박근형)이다. 일부러 기준에게 접근한 채근은 본심을 숨기고 복수를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데뷔작 '부활의 노래'(1990)로 5·18 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이정국 감독은 '아들의 이름으로'를 통해 다시 한번 왜 우리가 5·18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실 속 반성하지 않는 그 날의 가해자들이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처럼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오채근의 반성,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단죄를 이야기한다.

    채근은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그것도 가해자의 위치에서 말이다. 당시 상부의 지시였다고 하지만, 광주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채근을 괴롭게 한다. 수십 년이 지난 세월까지도 매일 악몽을 꿀 만큼 그날에 대한 죄책감이 채근을 놓아주지 않는다. 가해자이자 시대가 만든 또 다른 피해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그는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학생의 유골을 찾으러 다니는 동시에 그날의 책임자이자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는 가해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한다. 채근 자신은 이렇게나 괴롭고 아픈 데다가 아들까지 잃었는데, 1980년 5월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인간들이 끔찍하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이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근은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고백하기로 한다. 가해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자신이 행한 폭력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광주 시민들과 피해자들을 향해 사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선언에 이르기까지 채근의 여정 중간중간에는 가해자로서의 죄책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선 인간으로서의 혼란과 복잡한 심경, 그리고 5월 광주 시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들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다.

    또한 영화 내내 지금까지도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망언을 이어가는 책임자이자 가해자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아무렇지 않게 살아선 안 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채근은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채 반성 없이, 죄책감 없이,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각하와 박기준을 향해 다시 한번 총구를 들이댄다. 채근이 생각한 반성의 마무리이자 역사도, 현실도 하지 못한 단죄를 사적 복수의 형태로나마 이뤄낸 것이다.

    채근의 복수 이전, 그의 양심선언이 방송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피해자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듯한 모습을 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 역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광주가 바라는 건 잘못에 대한 '인정'이자 '반성'임을 알 수 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서 찾는다면, 그것만큼은 다른 무엇보다 명확하게 다가온다.

    영화 내내 오채근이 말했던 1980년 5월 18일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영화 속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제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90분 상영, 5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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