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 상황을 발표한 27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먹고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23쪽 분량의 자료를 내고 수사 진행 상황을 공식 발표했지만, 여러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사건의 본질인 '손씨 사망 경위' 파악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친구 A씨와 손씨가 함께 목격된 3시 38분부터 A씨 홀로 목격된 4시 27분까지 49분간의 행적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각종 의혹을 낳은 A씨와 가족들의 여러 진술·행동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뚜렷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낚시꾼들이 목격한 '입수 남성'의 신원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23쪽 분량 수사상황 공개한 경찰…유족·네티즌 의혹 해명에 집중서울경찰청은 지난 27일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그간 수사진행사항'이라는 23쪽 분량의 자료를 내고 고(故) 손정민 사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수사한 사항으로는 손씨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찰의 발표는 새롭게 파악한 내용보다는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특히 손씨 유가족이 블로그나 입장문을 통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반박했다.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를 마친뒤 퇴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경찰은 지난달 25일 새벽 5시 46분쯤 손씨의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고 서초서 중심으로 소방·기동대·한강경찰대·수색견·드론·헬기 등 합동 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첫날 93명의 인력 투입을 시작으로 손씨를 발견하기 전까지 80~120명의 인력을 꾸준히 투입해 왔다고 강조했다. 손씨 유가족이 제기한 '초동조치 미흡'에 반박하는 모양새다.
손씨 아버지가 '둘이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A씨와 손씨는 평소 함께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국내·국외여행을 같이 가는 사이로 확인된다"고 답했고,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손씨가 해외 해변(물속)에서 촬영한 사진, 국내에서 물놀이 하는 영상 등도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손씨 아버지의 'A와 그 가족들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현재까지 A씨 및 그 가족은 참고인 조사에 전부 응했다. 가택·차량 수색, 휴대전화 포렌식 등에 전부 동의했다"며 A씨의 부모·누나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A씨 노트북·아이패드 등을 전부 포렌식 했고, A씨가 착용했던 옷들에 대한 감정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 아이패드를 늦게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결과 일체 삭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은 늦지 않았냐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는 단계에 따라서 한 것이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 대해서 형사소송 절차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대부분 동의하에 이뤄지는데, 요청할 때마다 A씨 측에서 전부 동의를 했다"고 반박했다.
◇3시 38분~4시27분…'끊어진 49분' 재구성이 관건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실종 당일 A씨와 손씨의 행적은 새벽 3시 38분부터 4시 27분 사이에 뚝 끊긴다. 이 49분 사이 손씨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밝혀야 하지만 현장을 근거리에서 직접 비추는 CCTV가 없어 동 시간대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껏 파악한 목격자는 총 16명이다. 이 중 '신원불상의 입수 남성'을 봤다는 낚시꾼 7명을 제외하면 6개 그룹 9명이다. 이들은 짧게는 10m에서 멀게는 40~50m 거리에서 손씨와 A씨를 목격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들을 본 목격자는 새벽 2시쯤 손씨와 A씨가 돗자리에서 함께 취침했고, 3시쯤에는 A씨가 강변에서 구토하는 모습과 손씨는 돗자리에서 취침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3시 38분쯤에는 전화를 하고 있는 A씨와 손씨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어 3시 15~30분쯤에는 A씨가 잠자고 있는 손씨의 뺨을 툭툭 치고 흔들면서 깨웠으며, 3시 38분 전화 이후에는 A씨가 돗자리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손씨는 앉아 있었다고 한다. 3시 47분 이들이 귀가할 때는 손씨와 A씨를 모두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3시 38분에서 47분 사이에 손씨와 A씨가 함께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목격자도 있었다. 손씨와 A씨로부터 40~50m 떨어진 거리에 있던 이 목격자는 새벽 3시 38분 A씨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을 때, 혼자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 목격자는 해당 시간에 한강 야경 사진을 찍었는데, 이때 한 나무 밑에서 홀로 전화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법최면을 실시했는데, 법최면 상에서도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다"며 "사진도 직접 서초서에서 현장에 가서 사각이 발생할 수 있는지, 빛에 따라 안 보일 수 있는지 등 확인을 해봤지만 현출이 됐다. 불일치 하는 부분에 대해서 현재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4시 27분 A씨가 가방을 메고 잔디밭 끝 경사면에 혼자 누워 있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에 대해서도 법최면을 실시했지만, 기존 진술 내용과 법최면 상황에서 회상한 내용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3시 38분부터 47분까지 A씨와 손씨가 함께 이동했고, 4시 27분 A씨가 발견될 때까지 모종의 일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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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온 만큼 익사에 이르게 된 경위에 초점을 맞춰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스모킹 건' A씨 휴대전화 찾을 수 있을까아직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A씨는 손씨 실종 다음날 손씨 유가족을 만나 '정민이가 달려 가다가 언덕에서 자빠졌다. 신음소리를 내면서 굴렀고, 제가 그거를 끌고 오느라고 옷과 신발이 흙이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같은 진술을 경찰 조사에서도 똑같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런 취지의 진술을 경찰 조사에서도 한 사실은 있다"면서 "이 진술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 관계를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진술한 장면이 '끊어진 49분' 동안에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 같은 상황을 본 목격자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씨 휴대전화를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손씨 사망 경위 등 여러 의문을 해소해 줄 핵심 단서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A씨 휴대전화의 기지국 접속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새벽 3시 36분부터 오전 7시 2분까지 계속 한강공원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씨 부모는 '4시 27분 A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꺼져있다는 신호음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발표와는 다른 부분이다.
경찰은 지난 4일부터 현재까지 수중수색을 포함해 반포한강공원 일대를 계속 수색 중이다. 강력팀·한강경찰대·기동대 등 일평균 40여명을 투입하고 있으며, 해군으로부터 탐색 지원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는 7시 2분에 최종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그 이전의 전원 온·오프에 대해서는 이 휴대폰을 찾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낚시꾼 "시원하다는 듯한 소리내 신고 안해"…경찰, '입수남성' 신원 파악 주력'4시 40분쯤 홀로 한강에 수영하듯 입수했다'는 성명불상의 남성에 대한 신원 파악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해당 남성이 손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손씨라고 보기에도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입수 여부 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경찰은 동 시간대 한강공원 주차장 출입 차량 총 193대의 명단을 확보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목격사실 등 사건 관련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낚시꾼 7명의 존재를 파악했다. 이들 중 5명이 직접 봤다는 일치된 진술을 했으며, 현장 조사 및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했다. 다만 법최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남성이 걸어가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해당 남성은 서서히 걸어 들어가 무릎부터 가슴팍까지 물에 잠기더니 나중에는 평영으로 수영하듯이 아예 강쪽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입수자가 시원하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수영하듯 한강에 들어가 위험한 상황으로 생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남성이 손씨인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달 24일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지역에서 실종신고 접수된 63명에 대해 전부 조사를 했지만, 해당 남성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손씨의 양말에 묻은 흙의 토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육지에서 강쪽으로 10m 들어간 지점의 흙과만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지점의 수심은 1.5m다.
그러자 손씨 유가족은 반발했다. 강쪽으로 10m 지점의 흙만 유일하게 양말에 묻었다면 공중으로 날아간 거냐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하상퇴적토의 기본적인 성분은 비슷해서 10m 내외의 흙이 주변에 비해 독특항 특성을 갖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여러 곳의 시료를 채취해 육안상 관찰되는 색상, 편광형상 및 성분조성비를 분석한 결과 10m 지점의 토양과 양말의 토양이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행의 특성, 신발을 신고 걸어가다 일정한 지점에서 벗겨졌을 가능성, 유속의 흐름으로 인해 접착된 토양이 이탈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감정은 수중에서의 오염 가능성 등 다양한 오차 가능성을 고려하여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목격자 조사 및 CCTV 등 사건의 정황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의 발표 이후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등 네티즌들은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CCTV 등 객관적인 증거 없는 발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29일 오후 6시쯤 한강공원에 모여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