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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날 억압해온 '초자아'마저 깨트린 '크루엘라'

영화

    [노컷 리뷰]날 억압해온 '초자아'마저 깨트린 '크루엘라'

    디즈니 라이브 액션 '크루엘라'(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외화 '크루엘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말레피센트'에서 디즈니는 영화 안팎으로 기존 이야기와 상식을 파괴했다. 이후 디즈니가 과연 다음 빌런을 어떻게 새롭게 그려낼 지 기대감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번 디즈니 라이브 액션 '크루엘라'는 그런 디즈니의 행보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더욱 더 매력적인 방식으로 크루엘라를 스크린에 살아 숨쉬게 했다.

    사랑하는 엄마가 죽고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오게 된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운명처럼 재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를 만난다. 에스텔라는 그들과 함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한다.

    그러나 에스텔라에게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해 온 꿈이 있고, 재스퍼와 호레이스의 도움을 받아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옷에는 손끝 하나 대보지 못하고 온종일 바닥 청소만 하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불성인 상태로 쇼윈도를 마음대로 바꿔놓게 되고, 그런 에스텔라 앞에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이 나타난다. 이를 기회로 패션을 향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가 싶지만, 남작 부인과 엄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이 하나둘 풀리면서 에스텔라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외화 '크루엘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마녀 말레피센트에 이어 이번에는 '101마리 달마시안' 속 빌런 크루엘라를 재해석했다. 그동안 디즈니 라이브 액션이나 '말레피센트'가 판타지 배경의 주인공이었던 것과 달리 '크루엘라'는 197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즉, 동화와 만화 속 악녀가 현실에 등장한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 에스텔라(크루엘라)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악행을 저지름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전형적인 빌런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디즈니는 앞서 '말레피센트'에서 빌런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것은 물론 그 뒤에 숨겨진 사연을 재구성해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이번에도 반은 검고 반은 하얀 머리를 가진 크루엘라에게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지 그 상상력에서 출발해 관습과 틀을 뛰어넘는 '크루엘라'를 보여준다.

    에스텔라이자 크루엘라는 양면적인 캐릭터다. 이름만큼이나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는 외형적으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이름도, 모습도 다른 '에스텔라'에서 '크루엘라'가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외화 '크루엘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크루엘라로 변모해 가는 여정 속에는 여성의 자유분방함과 개성이 튀는 요소, 문제적 요소가 아닌 재능임을 보여준다. 에스텔라는 착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성격은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에 이를 죽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에스텔라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틀, 규범 등을 상징한다면 이 모든 규범과 관습, 틀을 벗어던진 게 크루엘라다. 이름과 외면적 차이는 한 인물 안에 내재한 양면적 속성의 충돌을 밖으로 드러낸다.

    즉, 에스텔라가 크루엘라가 되는 과정은 진짜 자신을, 내면을 억압하는 에스텔라를 벗어 던지고 비유적으로 에스텔라를 죽임으로써 진정한 '자신', 다시 말해 '크루엘라'를 찾는 여정이다. 남들과 다른 건 그저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게 아님을 말한다. 그렇게 '크루엘라'의 진짜 마법 같은 순간은 판타지 세계가 아닌 현실에 발붙인 크루엘라가 완전한 선도 악도 아닌 진정한 '자신'을 되찾는 순간이다.

    흔히 우리가 '막장'이라 부르는 그리스 비극의 요소는 크루엘라라는 인물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에스텔라에서 크루엘라가 되어가는 과정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이 굵직한 서사는 그의 행동에 납득 가능한 동기를 부여하며 크루엘라를 현실에 발 디디게 만든다. 동시에 크루엘라의 행동과 그 결과를 통해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외화 '크루엘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검정과 하양, 빨강이라는 무채색과 강렬한 색의 조합만큼 영화에서 크루엘라를 대변하는 것은 의상과 음악이다. 1970년대 런던의 느낌은 물론 에스텔라 혹은 크루엘라가 어떤 인물인지 거듭 알려준다. 극 중 흐르는 낸시 시나트라의 노래 '디즈 부츠 아 메이드 포 워킹'(These Boots Are Made For Walkin')과 에스텔라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남작 부인의 등장 장면이 이어지는데 노래 가사나 낸시 시나트라와 연계해 생각해보면 꽤 재밌으면서도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라는 내면의 두 자아를 연기하는 엠마 스톤의 눈빛과 감정, 발성 등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만큼이나 이를 연기한 엠마 스톤의 연기 역시 매력적이다. 그만큼 엠마 스톤이 빛날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상대역인 남작 부인 캐릭터의 엠마 톰슨이다. 냉혈하고 자신 밖에 모르는 인물을 매우 차갑게 잘 그려내며 두 엠마 사이의 연기 대결 자체가 긴장을 자아낸다.

    카메라 역시 두 인물을 서로 다른 분위기와 색으로 그려내며 그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화면뿐 아니라 의상, 연기적으로도 두 엠마는 영화 내내 대조적인 위치를 갖는다. 그리고 확실한 건 '크루엘라'를 보면 두 엠마에게 다시금 빠져들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프로덕션은 공들인 티가 나고, 그만큼 눈을 즐겁게 한다. 내년 오스카 의상상은 예약해 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모로, 그리고 여러 의미로 보는 재미가 가득한 영화다.

    133분 상영, 5월 26일 개봉, 쿠키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크루엘라'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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