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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건, 경찰 향한 '불신' 어디서 왔나



사건/사고

    한강 대학생 사건, 경찰 향한 '불신' 어디서 왔나

    • 2021-06-07 05:10

    [한강 대학생 사건 파장①]경찰 '불신' 왜?
    수사력 집중 투입했지만, 여론은 '못믿어'
    정인이-이용구 사건 등 거치며 신뢰 하락 내재
    반박자 늦은 경찰의 설명과 대응…'음모론' 땔감으로

    무수한 의혹을 낳으며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던 '고(故) 손정민씨 사망사건'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그간 수사력을 집중해 온 경찰은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한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이어졌던 이번 사건은, 한편으로는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빗발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경찰은 여론의 공고한 '불신'에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CBS노컷뉴스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사회적 파장을 되짚고, 남겨진 과제들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한강 대학생 사건, 경찰 향한 '불신' 어디서 왔나
    (계속)

    ◇수사력 집중 투입해도 '불신' 받는 경찰 왜?

    황진환 기자

     

    강력팀 7개, 기동대, 한강순찰대, 수색견, 드론, 헬기 등….

    경찰이 한강 대학생 실종 사망사건에 투입한 인력들이다. 지난 4월 25일 새벽 5시 46분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첫날 93명의 인력 투입을 시작으로 고(故) 손정민씨가 발견되기까지 80~120명의 인력을 꾸준히 동원해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반 실종 사망사건에 비해 수사력과 경력이 대거 투입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의 노력과는 달리 대다수의 여론은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수사보다 유튜버들의 자체 분석이나 네티즌의 추리를 믿는 상황이 반복되며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마치 사실처럼 끊임없이 전파되기도 했다.

    공적 수사기관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은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됐다기보다는 그간 내재된 불신이 표면상 드러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국대 이웅혁 경찰학과 교수는 "가장 첫 번째가 공적 기관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믿음을 보였다가, 신뢰와 상치되는 결과가 나오고, 이를 계속 학습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NEWS:right}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사건에서 경찰은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로 내사종결 처리해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최근에는 이 전 차관의 신분을 몰랐다는 당초 해명과는 달리, 당시 서초경찰서 간부들이 유력 인사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증폭됐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등에서도 부실 수사 논란을 겪었다.

    그에 앞서 경찰관 유착, 비리 의혹이 불거진 '클럽 버닝썬' 사건의 여진도 이번 사건 '가짜뉴스' 파동에 영향을 미쳤다. 사건 발생 8일쯤 후인 지난달 3일 한 언론사에서 '버닝썬 대기발령 전 강남서장 명예퇴직' 기사를 내자, 댓글에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전 서장은 손정민씨 친구 A씨의 외삼촌이라는 '루머'가 불거졌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결국 연이은 부실 수사 논란과 유착, 비리 의혹 등은 경찰 신뢰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이번 고(故) 손정민씨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불신' 현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에 따라 신뢰 받는 '국민중심 책임수사' 체제를 선포한 경찰이다. 종결 사건을 외부에서 심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 등 내·외부 통제 장치를 갖추며 강도 높은 쇄신책을 내놨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수사력을 총동원 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 수뇌부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를 불신하는 여론의 시각과 음모론 및 가짜뉴스 확산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이 펼쳐졌지만 뾰족한 대안은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신뢰 어떻게 회복하나…'투명성' '시의적절성'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

     

    일각에서는 경찰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투명성'을 꼽는 목소리도 있다.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 입장에선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국민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정보 공개가 음모론과 가짜뉴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유족이 수사 내용 공개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30일 손정민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장례를 치르는 5월 3일부터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점점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의혹은 친구 A씨에게로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다음날인 지난달 4일에는 손씨의 사인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배경 설명, 이른바 '백브리핑'은 일주일이 지난달 6일에서야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4개 그룹 목격자 6명을 발견했다며 목격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나흘이 지난 10일 서울경찰청 간담회에서 A씨와 A씨 아버지 참고인 조사 내용과 숱한 의혹을 낳았던 '골든'의 존재가 설명됐다.

    이후 경찰의 브리핑은 지난달 13일, 18일, 24일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7일에는 23쪽 분량의 자료를 내고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은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설명하며 초동조치 미흡에 반박을 하기도 했다.

    경찰의 브리핑은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비해 항상 '반발짝' 느렸다는 평가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나서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 꼴이다. 한 예로 지난달 21일 손씨 실종 당일 데이터 통화 내역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손씨가 잠들어 있었다는 시간대에도 데이터가 주기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누군가 손씨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사실이 아니란 점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정식 설명은 3일이 지난 24일에야 이뤄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서 사건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여러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피의사실 공표 문제 이후에 아무런 이야기를 안하니까 온갖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경찰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끊임없는 '설명'과 '설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수사력으로 승부를 보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누적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와 경찰의 공보 기능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며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보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공적기관에 대한 불신 풍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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