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 순창군 홈페이지 캡처
전북 순창군청 간부 공무원이 '채계산 출렁다리' 인근에 축구장 15개 규모의 땅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보고 판 사실이 드러났다. 땅을 사기 전 기획담당계장이었던 그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사전 정보를 알지 못했다는 이 공무원은 아내의 사업을 위해 땅을 소유하다 이후 건강 악화로 사업이 무산됐고 이자 부담이 와 땅을 되판 것일 뿐 투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6일 CBS노컷뉴스가 전북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채계산 출렁다리 일대 토지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한 결과, 순창군청 5급 공무원 A씨(53)의 토지 거래 내역이 확인됐다.
A씨는 순창군청 농촌개발과장이던 지난 2014년 5월 9일 모 광업주식회사가 소유한 10만6024㎡(3만 2천평) 규모의 임야를 구매했다. 통상 축구장 1개 면적이 7140㎡인 점을 고려하면 축구장 15개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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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A씨가 산 대규모의 땅은 1필지짜리 임야로 길 입구에는 1층짜리 건물이 있고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에 위치하며 '알짜' 땅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등기에 표시된 A씨의 거래가액은 9500만 원인데 이 중 9100만 원은 A씨가 해당 임야를 담보로 순창군산림조합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이었다.
A씨는 이 땅을 5년 동안 보유하다 2018년 11월 12일 B씨에게 팔았다. B씨에게 땅을 팔 당시는 2018년 7월 채계산 출렁다리 공사가 막 착공되던 시점이었다.
등기부 등본상 거래가액은 2억2800만 원으로 단순 계산으로만 1억 33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이다.
핵심은 A씨가 땅을 사기 전 내부 정보를 알았는지 여부다.
채계산 출렁다리에 대한 사업 내용은 A씨가 땅을 사고 난 뒤에서야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순창군은 2016년 1월 '채계산 구름다리 조성'이 담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순창군의회 임시회에 보고했다.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일원에 국비 31억 원과 군비 31억 원을 들여 모두 62억 원짜리 다리를 채계산에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2016년 1월부터 군비 4800만 원을 들여 지질조사와 경관성검토, 환경성 검토를 한다는 본격적인 내용도 담겼다.
언론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내부적인 사업 논의는 더 이전부터 이뤄졌다.
순창군은 2013년 5월 11일 채계산 출렁다리의 사업 타당성조사를 위한 용역 입찰공고를 낸다. 이후 2014년 9월 순창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용역 결과가 언급된다.
당시 한 의원이 현수교 용역에 대한 추진과정을 묻자 산림축산과장은 "주민들이 현수교를 놓아달라는 건의가 들어와서 검토를 하다가 저희 과에서 용역까지는 하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관광과로 넘어갔었다"고 답했다.
'채계산 현수교'는 이후 '채계산 구름다리'와 '채계산 출렁다리'로 명칭이 바뀐다.
A씨는 2013년 1월부터 기획담당계장을 맡다 8월 사무관으로 승진, 농촌개발과장이 되고 2014년 5월 9일 땅을 사들였다.
결국 관건은 2013년 기획담당계장으로 활동하던 A씨가 2014년 땅 구매 시점 사이 이뤄진 '채계산 현수교' 타당성 조사의 인지 여부로 좁혀진다.
하지만 A씨는 땅을 산 시점에서 관련 사업에 대한 내용을 몰랐다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내부 정보를 알고 땅을 사지 않았다"며 "오래전부터 해당 부지 주변에 아내가 양계장 2개 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 소음피해와 양계장 1개 동 확장의 이유로 땅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계장 설계도면과 주민들로부터 받은 공사 동의서가 있었다"며 "내가 2015년부터 건강 악화로 병가와 질병휴직으로 1년을 넘게 쉬다보니 양계장을 짓지는 못했고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생겼다. 2018년 11월까지 땅을 팔려고 내놔도 잘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지난 2019년 관련 내용으로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기소는 되지 않고 끝났다"며 "오해를 받을 순 있지만 투기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