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를 6일 현중일 추념사에 넣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폐습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정식 빈소가 아닌 공군 부사관 고인의 추모소를 직접 찾으며, 문 대통령은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서 가지만, 우리 군이 이 모습을 보고, '환골 탈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 수정작업이 한창인 5일 참모들에게 "추념사에 공군 여중사 사건에 대한 메시지를 넣는 것이 좋겠느냐"고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모들은 그 자리에서 추념사의 핵심인 보훈과 애국심에 대한 내용이 가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한다. 또 이미 '최고위층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사 및 강력 대처하라' 지시하고, 공군 참모총장까지 사실상 경질한 만큼 현충일에까지 해당 메시지를 내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군 부사관 사건에 대한 사과 표현을 넣도록 지시했다. 현충일 추념사, 추모소 방문을 통해 군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 이번에야말로 군 폐습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 참도들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제 66대 현충일 추모사에서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충원 추념식에 참석한 직후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 A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A중사의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소 방문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 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해 강력 대처를 지시하며,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그동안 군내 성범죄가 조직논리로 무마되거나 축소 처리돼온 폐습을 뿌리 뽑기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을 강하게 질책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 군의 수사와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군의 수사와 조사 등이 진행 중으로 대책을 말하기엔 이르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당정 회의를 거쳐, 국회의 입법까지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