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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은 판결 외교는 외교"…징용소송 각하에 한일 신경전

국방/외교

    "판결은 판결 외교는 외교"…징용소송 각하에 한일 신경전

    한일관계 파장은 제한적일 듯…상급심 남아있고 다른 소송도 대기중
    외교부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협의" → "향후 동향 주시" 기류 변화
    여권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 발끈…비판적 일반여론도 영향 준 듯
    한일정상회담 압박 분위기에 정부 부담…당국자, 과도한 해석 경계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각하 결정이 큰 파장을 낳고 있지만 정작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 7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강제징용 배상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유효하다면 한일관계에 작은 숨통이 트인 것 아니냐는 다소 섣부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각하 결정은 1심 판결에 불과한 것으로 상급심에서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다른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별로 없다.

    이번 판결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뒤집힌 셈이다. 그런 마당에 같은 급의 재판에 유의미한 참고점이 될 리는 없다. 사법적 판단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법조계 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다소 돌출적이고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일제) 식민지배 불법성과 헌법 원칙을 벗어난 오만한 판결"이라며 "'한국은 국제법 위반국가'라는 일본의 논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법부가 제각각 다른 판결을 내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기까지 한 양상은 한일 과거사 문제가 그만큼 복잡하고 지난한 숙제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따라서 외교부가 사법부 판단에 의지하기 보다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다 전향적인 대일외교에 나서는 게 고령의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법원의 각하 결정 직후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핑하는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하지만 외교부는 하루 뒤인 8일 정례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 6월 7일 내려진 1심법원의 판결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의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특히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한다는 대목이 빠진 반면, 이번 판결을 "여러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의 하나로 무게를 정하고 유보적 입장을 취한 부분이 주목된다.

    이는 "납득하기 어렵고 국민 정서와도 동떨어진 판결"이자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친일 사고의 잔재"라는 여권의 강경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법원이 법원의 결정을 번복했다. 참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보수 야당은 별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는 재판부에 대한 다수 국민 여론이 싸늘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성 높게 거론되는 상황도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선 배경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고 있다"며 여전히 고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에 필요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경우 대일 지렛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판결은 판결이고 한일 간의 외교적 소통은 외교적 소통"이라며 일각의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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