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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는 자가 범인?"…'손정민 사건'에서 본 음모론 현상

사건/사고

    "숨기는 자가 범인?"…'손정민 사건'에서 본 음모론 현상

    • 2021-06-10 05:15

    [한강 대학생 사건 파장④]'음모론' 현상, 왜?
    "A씨 배후에 뭔가 있다"…유독 커지는 음모론
    "공작에 환호하고 정부 불신이 기본값인 사회"
    '섣부른 추론' 자제하고…정부는 '불안감' 해소해야

    무수한 의혹을 낳으며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던 '고(故) 손정민씨 사망사건'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그간 수사력을 집중해 온 경찰은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한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이어졌던 이번 사건은, 한편으로는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빗발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경찰은 여론의 공고한 '불신'에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CBS노컷뉴스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사회적 파장을 되짚고, 남겨진 과제들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한강 대학생 사건, 경찰 향한 '불신' 어디서 왔나"
    ②타진요부터 반진사까지…"내가 틀릴 리 없어"
    ③'손정민 사건' 가짜뉴스로 돈 쓸어 담는 유튜버들, '몰수' 가능할까
    ④"숨기는 자가 범인?"…'손정민 사건'에서 본 음모론 현상
    (끝)

    네이버 카페 캡처

     

    ◇'상식'에서 출발한 의혹 제기가 '음모론'으로…"A씨의 배후에 뭔가 있다"

    "상식적으로 친구랑 같이 술을 먹고 잠들었는데, 자고 일어나 친구가 없다고 집에 간다?", "상식적으로 아들 친구가 술 먹고 잠이 들었다는데, 새벽에 부모가 다 같이 달려간다?", "상식적으로 친구가 실종됐는데, 최면 수사에 변호사를 대동한다?", "상식적으로 친구가 실종됐는데 다음 날 티셔츠와 신발을 버린다?", "상식적으로…."

    '상식'.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을 두고 '진실'과 함께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다. 사건 초기 친구 A씨와 그 가족이 보인 약간의 의문스러운 행동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뒤바뀐 휴대전화, 늦은 실종신고, A씨의 변호인 선임 등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상식 수준의 의혹제기는 주로 유족에 의해 이뤄졌다.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는 본인의 블로그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들의 사망 경위에 얽힌 여러 의문스러운 점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하는데 입수한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A씨 가족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데 왜 그랬는지 등이다.

    이 같은 의혹제기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폭발력을 가졌다. 손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공개가 되기도 전에 답변 요건을 훌쩍 넘어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결국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강력 7개 팀을 전원 투입하고, A씨와 가족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가택 수색까지 진행했다. 참고인 신분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풀리지 않자 경찰은 중간 수사 결과까지 발표하면서 공개적으로 목격자 등 제보를 받았다.

    그렇게 사건 발생 후 한 달 넘게 수사가 진행됐지만, 손씨 사망과 관련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친구 A씨 측이 오랜 침묵을 깨고 두 차례 입장을 밝혔고, 여러 의문스러운 행동들에 대해서 조목조목 해명했다. 다만 A씨는 당일 '블랙아웃'이 됐다며 사건의 본질인 '손씨의 사망 경위' 또는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러자 점차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손씨를 살해한 범인이 A씨인데, 거대한 배후가 있어 이를 덮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음모론'의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A씨의 가족 중에 이재훈 전 강남서장이나 최종혁 서울청 수사과장, 법무부 이용구 차관이 있다'는 이야기다.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또 '사건 당일 경찰차 6대가 현장에 와서 사건 조작에 동참했다'는 등의 음모론도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손씨의 대학 동기 중 장하연 서울청장의 아들 장첸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손씨가 장씨의 마약 사건에 대해 폭로하려고 하자 A씨에게 사주해 살해했다는 식의 음모론도 퍼졌다. 경찰의 낚시꾼 매수설, CCTV·목격자 조작설 등은 물론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오랫동안 반정부적인 주장을 해와, 이에 대한 반감으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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