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른바 '0선 중진'으로 불리는 30대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13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기성 당대표들과 달리 전직 대통령들이 안치된 서울이 아닌 대전 현충원을 찾는 이유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희생된, 자신과 또래인 장병들을 기리기 위함이다.
당대표 경선이 치러지는 중에 천안함 참전 장병 명예회복 집회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는 등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 온 이 대표의 이번 행보는 '천안함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시켰다'는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의 발언과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 대표의 움직임은 향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의 당선 자체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해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 변화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민심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40대 기수론, 386세대 등 정치권의 '젊은 피' 수혈에 앞장서 온 민주당 등 범진보 진영이 아닌, 보수당에서 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
시민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4·7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지지층이라고 믿어왔던 2030세대의 심판을 받은 민주당은 물론, 한동안 이렇다 할 젊은 리더십이 나타나지 않았던 국민의힘 내부 또한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기획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 정당에서 30대 대표가 등장했다는 것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라며 "이 대표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 대표를 만든 에너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등장으로 가장 큰 부담을 가지게 된 것은 현 정치권의 주류로 분류되는 86세대다.
86세대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재발탁으로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전격적으로 중앙 정계에 모습을 나타냈고, 보수당에서도 이른바 '한나라당 소장파'로 불리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20여년 간 정치권에서 활동했다.
정계 입문 초기에는 소속 정당 내에서 인적쇄신 등 혁신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후배 세대의 양성을 가로 막고 변화를 향한 목소리에 민감하게 귀 기울이지 않아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20대 국회의원이던 2019년 "국회의원 중에 20~40대는 너무 없고 50대 이상이 너무 많다"며 "하나의 세대, 그룹으로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촛불과 탄핵이 86세대가 물러날 기점이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86세대 용퇴론을 일찌감치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럼에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는 86세대의 맏형 격인 송영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었고,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86세대이자 소장파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이 대표와 경합을 벌였다.
이 대표보다 22살이나 많은 송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변화 경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일찌감치 '탈(脫) 꼰대 정당'과 2030세대의 민심 적극 반영 등을 강조했고, 취임 후 '조국 사태' 사과까지 나서는 등 정치권의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향해 이미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이 대표의 당선을 비롯해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들에 대한 탈당 권유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드린다면 민주당 또한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6월 국회에서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약속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새 지도부 선출로 당을 정비한 만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제대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두 당 대표가 각자의 약한 고리를 끊어내는 쇄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송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인선이 마무리될 대선기획단 구성 과정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의 입김을 배제하면서 참신함을 발휘해야 하는, 이 대표는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부족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극복하기 위한 적재적소의 당내 인선이라는 숙제를 각각 지니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변화가 더 어렵다고 생각됐던 국민의힘에 민심의 요구가 투영된 것은 민주당이 친문 성향의 강성 당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어 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시대적 요구가 된 정치 감성화의 흐름에서 어떠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