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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면증도 수능 편의제공 필요한 '장애'…교육부, 권고 불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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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면증도 수능 편의제공 필요한 '장애'…교육부, 권고 불수용"

    "오후 쉬는시간 추가必"…"별도공간 이미 제공, 국민정서 고려도"
    인권위 "잠 부족한 기면증에 대한 대책으론 보기 어려워" 지적
    "現장애인복지법 상 장애 인정…2년 넘게 지속된 피해 막아야"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 시간대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 질환인 '기면증'을 앓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에게 특화된 편의제공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교육부가 2년 넘게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수능 시험에서 기면증 수험생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교육부 장관에게 권고했으나, 교육부 장관이 이를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증 기면증을 앓고 있는 학생 A씨의 어머니 B씨는 지난해 "아이가 작년(2019년)에 이어 올해도 수능을 보는데 별도의 독립된 시험공간 제공, 오후 영어시험 후 쉬는 시간 연장, 잠들 경우 깨워주기 등이 필요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B씨는 "2019년 시험에서는 별도 시험공간만 제공받았는데, 시험을 치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오후 영어시험 후 쉬는시간을 추가로 주는 것"이라며 "지난 2018년 이미 인권위에서 기면증을 가진 수험생에 대한 편의제공 방안을 교육부에 권고한 만큼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인권위는 "기면증은 각성 호르몬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신경계 질환으로 주로 청소년기에 발병하고 최근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면증을 가진 수험생이 잠에 빠져드는 것은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는 장애 특성으로, 이로 인해 다른 수험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충분히 예견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능의 특성상 추후에도 얼마든지 기면증을 가진 수험생이 시험에 응시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피진정인은 기면증을 가진 학생들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전문가 자문이나 해외사례 연구 등 면밀한 검토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교육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기면증이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권위가 판단 근거로 삼은 '장애인차별금지법'·'국가인권위원회법'과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부는 "기면증은 장애인복지법 상 별도의 장애증명이나 복지카드 발급이 되지 않는 증상인 관계로 수능에서의 시험시간 연장 등 편의제공 대상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수험생이 제출한 진단서 내용을 검토 후 증상 정도에 따라 별도 시험실 제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경기도교육청의 자문위원회 결정을 거쳐 지난 2019년 11월 다른 수험생들과 독립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올해(2020년)도 종합병원장 진단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할 경우 별도 시험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그동안의 사례와 함께 매년 50여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다른 수험생과의 형평성과 공정성, 신뢰성뿐 아니라 시험에 대한 국민적 시각과 정서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육부는 "기면증의 특성상 졸림 증상의 횟수나 정도가 각 수험생마다 다르므로 시험편의 제공방법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일률적 적용이 곤란하다"며 기면증이 있는 수험생에 대한 '맞춤형' 편의제공은 어렵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회신했다.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인권위는 교육부가 기면증인 수험생에 대해 △시험시간·쉬는시간의 연장 등은 곤란 △증빙서류 제출 시 별도 시험실은 제공가능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들어 사실상 인권위 권고를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별도 시험실은 탈력발작 등이 발생했을 때 타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에 필요한 것으로 수시로 잠에 빠져들어 다른 수험생보다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기면증 수험생의 특성에 대한 편의 제공은 아님을 고려할 때 기면증 수험생에 대한 편의제공 기준이나 대책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올 4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면증이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로 인정됐다고 짚었다. 교육부는 이후로도 기면증 수험생에 대해 별다른 조치나 계획 수립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미 지난 2018년 유사한 내용에 대해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여 동안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기면증 수험생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재권고를 통해 피진정인이 조속히 기준을 마련토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교육부의 지침이 바뀌지 않음에 따라 지난해 수능시험 당시 '일반 수험생'으로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교육부는 수능을 보는 수험생이 시각장애인일 경우 점자문제지 및 음성평가자료, 확대문제지 등을 제작·배부하고 점자정보단말기를 제공하고 있다. 중증 청각장애 수험생의 듣기평가는 필답시험으로 대체된다. 또 중증 시각장애인에게는 시험시간을 매 교시별 1.7배, 경증 시각장애 및 뇌병변 등 운동장애 수험생에 대해서는 1.5배 연장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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