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성사시켰던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은 15일, 여권의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6.15 관련 행사에 참여하며 김대중 정신을 다시 새기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정신적 뿌리인 김 전 대통령의 가치를 자신이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당원 표심에 호소하기 위함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에 개관한 '김대중 대통령 사저기념관'을 방문해 민주주의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생 등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산관과 역사관, 통일관 등 기념관 곳곳을 둘러본 이 지사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김대중 선생님께서 열어주신 민주·평화·민생의 길을 더 넓게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어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1주년 특별 좌담회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김대중 대통령님께선 미래를 내다보며 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하셨고 그 모든 노력은 결국 한반도에 살아야 하는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6.15남북공동선언 21주년인 오늘, 당신의 위대한 발걸음과 뜨거웠던 마음을 잊지 않겠다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날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민주당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이 직접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이 전 대표는 "미중 관계가 새롭게 형성됐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몰리고 있는 것이 큰 변화"라며 "21년 전 김 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독자적 판단, 자주적인 도전, 우리가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용기와 논리를 갖추라고 주문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낙담만 할 일은 아니다"라며 "21년 전 김 전 대통령이 어떤 많은 준비를 했고 어떤 수순으로 큰일을 이뤘는가를 오늘 다시 새기면서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도 축사를 통해 "그때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그만큼 선언이 갖는 의미가 엄청나다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이산가족 상봉도 중단되고, 개성공단, 금강산 모두 원점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참으로 가슴 아프고 통탄스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가 남북관계를 굉장히 어렵게 만든 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우리가 백신을 아껴서 북한 동포들에게 우리가 확보한 백신을 같이 향유할 수 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큰 것처럼 또 한 번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유럽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 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6.15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 사건"이라며 "남북관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화해와 평화협력을 위한 길은 결코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여권 주자는 김 전 대통령의 정신에 대해서는 너도나도 계승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지만,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서는 신경전을 펼쳤다.
6.15 특별 좌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이 지사는 경선 연기 불가론을 고수했다.
그는 "정치에서는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며 "약속을 아무리 어기고 거짓말을 해도 제재가 없는 곳이 정치이다 보니 거짓이 횡행하고 원칙을 쉽게 어긴다"고 말했다.{RELNEWS:right}
추 전 법무장관도 "개인적으로 형세의 유불리는 따지시겠지만, 당의 안정적 운영, 국민 신뢰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수용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경선 연기에 반대했다.
반면 정 전 총리는 6.15 행사장에서 경선 연기론을 얘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연기에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는 기존 입장이 그대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왔다 갔다 잘 안 하는 사람"이라며 경선 연기론 검토를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논의가 체계적으로 시작됐으니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