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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애초 없던 출렁다리 길, '실장님 카페' 옆에 도비로 건립

전북

    [단독]애초 없던 출렁다리 길, '실장님 카페' 옆에 도비로 건립

    2018년 4월 조감도에는 양쪽 산책로 1개씩
    2019년 5월 노선 추가, 3억 원 전액 도비로
    산책로 통해 카페 이용, 건너편 추가 안 돼
    군 "산책로 조성 뒤에 카페 건립, 특혜 아냐"

    2018년 4월 순창군이 공개한 '섬진강 뷰라인 연결사업 조감도'. 출렁다리는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을 잇는다. 당시 순창군은 각각의 산 봉우리에 1개 노선의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순창군 제공

     

    순창군 부군수 출신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이 운영하는 카페, 바로 옆 출렁다리로 향하는 산책로가 애초 조감도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순창군은 사업 착공 이후 드넓은 채계산 부지 중 향후 카페가 들어설 자리를 콕 집어내 산책로 1개 노선만을 추가한 것인데, 확인 결과 사업비 3억 원 전액은 전라북도 예산이었다.

    해당 산책로는 현재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진입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채 관광농원으로 둔갑한 '불법 카페'를 운영하는 등 행정의 특혜를 받지 않았다면 이러한 모든 일이 평범한 시민에게도 가능할까라는 합리적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순창군은 지난 2018년 4월 '섬진강 뷰라인 연결사업 조감도'를 공개했다.

    2019년까지 국비 34억 원을 포함해 총 68억 원을 들여 국내 최장 '구름다리(출렁다리)'를 개통하겠다는 구상안이 담겼다.

    출렁다리는 아래로는 적성 괴정리 방면 채계산과 위로는 동계 방면 채계산을 잇는다. 당시 순창군은 각각의 산 봉우리에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1개 노선씩의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2018년 9월 19일 적성면 채계산아래에서 황숙주 순창군수를 비롯해 당시 정성균 군의회 의장, 시공사, 지역 마을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섬진강 뷰라인 연결사업 안전과 무재해, 근로자의 건강을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를 열었다. 당시 조감도를 봐도 적성 채계산 산책로는 1개 노선 뿐이다. 순창군 제공

     

    2018년 9월 19일 사업 착공식 이후 안전기원제 기념사진 속 조감도에도 A씨의 카페 옆 산책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순창군은 2019년 5월, 3억 원이 투입되는 적성 채계산 산책로 1개 노선 추가를 검토한데 이어 곧바로 전라북도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3억 원까지 확보했다.

    빨간색 박스, 조감도에 없던 산책로 1개 노선. 순창군 제공

     

    이 산책로는 2018년 11월 땅을 산 순창군 부군수 출신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 A(61)씨의 카페 바로 옆에 조성됐다. A씨가 퇴직한 것은 2019년 6월.

    A씨의 카페가 있는 적성 채계산엔 산책로 2개 노선이 됐지만, 전망대가 있는 동계 채계산은 1개 노선뿐이다.

    추가 사업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동계가 아닌, 적성 채계산을 택했던 것.

    특히 적성 채계산 축구장 15개 규모, 10만 6024㎡(3만 2천 평)에 달하는 A씨의 땅 중에서도 하필 카페 옆에 산책로를 조성한 것은 특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현장을 둘러봤더니 출렁다리로 향하는 산책로는 A씨의 카페와 연결되면서 관광객들이 쉽게 드나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SNS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는 A씨의 카페가 산책로를 통해 출렁다리를 오가며 들리는 명소로 소개되고 있다.

    A카페 옆에 설치된 출렁다리로 향하는 산책로. 송승민 기자

     

    이와 관련해 순창군은 CBS노컷뉴스와 서면 질의 방식을 통해 '특혜 행정'을 부인했다.

    순창군 측은 "애초 진·출입로(산책로) 설치 중 데크폭(1.5m)이 협소하고 관광객의 통행불편이 예상되어 추가노선이 필요하다 판단했다"며 "주변산지를 검토한 결과 현재 위치(A씨 카페 옆)가 최종선정됐다"고 말했다.

    산책로가 추가로 설치된 장소가 카페 옆인 점에 대해서는 "유등면 책암(면)에서 출발하면 적성 채계산으로 오는 코스가 유명하다"며 "실무자로서 기회 될때 마다 (동계 채계산에) 추가 노선의 필요성도 '구두보고' 했지만 현재 예산확보는 되어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창군은 굳이 '유등면 책암(면)'을 들어 적성 채계산쪽을 강조하지만 직선거리로 4km 떨어진 곳이고, 맞은 편인 동계 채계산 쪽도 주변 연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실무자는 동계 채계산 쪽 노선 추가의 필요성을 줄곧 '구두보고' 방식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본예산조차 세우지 않았다.

    순창군 측은 이어 "나무데크 계단이 다 설치된 후에 카페가 만들어졌다"며 "관광객과 등산객들의 편의성과 불편해소를 목적으로 했었기에 특혜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땅을 산 A씨는 2019년 9월 여러 필지로 쪼개고 10월 임야를 창고용지로, 올해 3월 유원지로 지목을 바꿨다. 하루아침에 카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 수년에 걸쳐 지목 변경 등 행정 절차를 밟아 온 것.

    당시 A씨에게 땅을 판 순창군 간부공무원 B(53)씨는 투기 의혹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시 지역에선 A씨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순창군은 "개통당시 데크계단(산책로)은 카페입구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며 "현재 확인 결과 관리부서와 사전협의 없이 데크난간이 카페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관리부서에서 당초대로 원상복구 시킬 계획이다. 관광객 편의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검토해 향후 연결 여부는 재검토 계획이다"고 했다.
    A씨 카페와 산책로 계단이 이어진 모습. 사잇길로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송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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