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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도 못 껐는데 재정부터 챙긴다는 기재부

경제 일반

    발등의 불도 못 껐는데 재정부터 챙긴다는 기재부

    홍남기 "추경에 국가 채무 상환도 반영토록 검토" 지시
    전국민 재난지원 추진하는 與 주장 맞서 지원 규모 축소 노림수
    코로나19 경제위기 여전한데…국가 채무 걱정하기 전에 서민 파산할 판
    "기존 재난지원금으론 피해 보상 안돼…선별 지원하더라도 지원 규모는 확대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놓고 여당과 대립 중인 재정 당국이 추가 세수 일부를 나랏빚 갚는 데 쓰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막막한 피해계층을 지원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재난지원 확대 與 주장에 "추경 재원으로 채무 상환하라" 반발하는 홍남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추경 관련 사업에 채무 상환도 일부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는 정부가 실시했던 각종 지원대책과 백신 보급 등 방역 성과에 힘입어 올해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올해 4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보다 32조 7천억 원 증가하면서 올해는 예상했던 국세수입보다 30조 원 넘게 더 많이 걷히는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를 활용해 당정이 5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피해지원금, 백신공급·접종, 하반기 내수·고용 대책 등을 위한 2차 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놓고 각자 셈법이 다르다.

    여당은 초과세수를 모두 활용해 30조원 이상 추경 규모를 늘려서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홍 부총리를 필두로 한 재정 당국은 추경 규모를 20조원 내외로 낮춰잡고, 이를 위해 재난지원금도 선별 지원하는 등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 시간을 허비할 여유조차 없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했던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달리, 이미 주요 피해 업종 등에 대한 통계 자료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어려운 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국가 채무 상환에 초과세수를 써야 한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추경의 판돈을 줄이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든, 코로나19 피해계층만 선별하든 초과세수를 국가 채무에 일부 상환하면 그만큼 재난지원금의 총액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가 채무보다 민간 채무가 더 심각…"선별 지원하더라도 오히려 지원 규모는 늘려야"

    비록 올해 들어 수출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로 인한 경제 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월 서비스업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10.2(2015년=100)로 전년의 같은 달(102.6)보다 7.6p 높았지만, 2019년(108.4) 수준을 겨우 회복했을 뿐이다.

    지난달 취업자도 전년동월대비 61만 9천 명이나 늘었지만, 전체 취업자 수(계절조정)는 홍남기 부총리가 스스로 밝힌 대로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의 80% 정도만 회복한 상황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여전히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의 80% 정도만 회복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경제·고용 부문에서 지난해 1년은 전 세계가 '잃어버린 한 해'였던 셈이었고, 올해도 2019년 수준에 겨우 다가선 셈이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총 5차례의 추경을 이미 편성·집행하는 확장 재정 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이전보다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846조 9천억원으로, 전년인 2019년의 828조 8천억원보다 18조 1천억원 가량 늘었다. 또 지난해 43.9%까지 늘어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1차 추경으로 48.2%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 문제는 중장기 과제일 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다른 나라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9일 공개된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45.6%였는데, 일본(235.1%),영국(133.7%), 미국(128.7%), 독일(76.9%)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더 시급한 문제는 가계·기업 부채가 극도로 높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101.1%로 영국(88.9%), 미국(78.0%), 일본(64.3%), 독일(57.7%)보다 훨씬 높았다.

    기업 부채 비율 역시 한국은 110.5%인데, 미국(83.5%), 영국(77.9%), 독일(64.0%)보다 높고, 일본(114.2%)과 비슷했다.

    자칫 기재부가 정부의 재정건전성만 챙기는 사이에 서민들의 가계부, 기업의 재무제표부터 파탄날 지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전국민 지원금'과 '적은 예산만 활용하는 선별지원금'이라는 잘못된 프레임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도걸 제2차관이 대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들이 입은 피해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선별지원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지표가 좋아지니 경제위기가 다 끝났고, 이제 재정 건전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올해는 재정 건전성보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삶의 기반을 다시 회복하는 일에 재정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영업제한·금지 등 국가 정책에 의해 손실이 발생했으니 그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손실이 어마어마한데도 소액으로 지원하고 '국가는 더 할 일 없다'는 식은 책임 방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계층을 선별한다면 충분히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동안 지원한 액수를 다 더해도 손실을 보상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며 "가능한 한 실제로 발생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비례해서 충분히, 두텁게 보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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