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가 준비한 자료를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연기 여부가 격렬한 찬반 논쟁 끝에 일단 실무안을 보고 추후 판단하자는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총의를 모으기 위해 열었던 의원총회에서는 이견만 오갔고, 송영길 대표의 결정 움직임에 연기 찬성 진영이 당 최고위원회가 아닌 당무위원회 결정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봉합 대신 갈등만 확인한 모양새가 됐다.
22일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여 동안 진행된 끝에 종료됐다.
당초 경선연기 찬성 측 2인, 반대 측 2인 등 4명이 찬반토론에 나서기로 했는데, 현장에서 의원들이 대거 발언을 신청하면서 20여명이나 발언대에 선 탓이다.
연기 찬반 주장 자체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찬성 측은 경선의 흥행과 컨벤션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일정을 집단 면역이 생길 수 있는 시기로 미뤄야 하며, 상대방인 국민의힘의 경선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앞서 나왔던 것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반대 측도 대선주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다만 발언자의 숫자, 발언 내용에 대한 의원들의 호응 모두 연기를 찬성하는 측에 대해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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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의총장 분위기와 달리 송영길 당대표가 의총 막판에 일부 후보들의 연기 반대 의사와 이미 후보 등록 시점이 다가온 점 등을 이유로 룰 변경이 어렵다며 이날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쟁은 순식간에 격화됐다.
일부 의원들이 "왜 의총을 열었느냐"고 반발하자 송 대표가 "당 대표는 왜 뽑느냐"고 반박하는 등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가 펼쳐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안을 논의한 끝에 연기 여부를 오는 25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대선 경선기획단이 현행 당헌을 기본으로 해서 일정을 짜보고 그 일정이 과연 여러 후보들이 제기하는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도출되는 안인가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대선기획단에게 현행 당헌대로 대선 180일 전까지 당 후보를 선출하는 기획안을 작성해 오도록 한 후 이 기획안대로 경선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그대로 진행을, 문제가 있을 경우 계획 변경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 찬성 진영은 송 대표가 독선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며 경선 연기 여부를 당무위 안건으로 상정하는 일까지 추진하고 있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내일 중으로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며 "당무위 의결 사항인데 어떻게 대표의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특히 송 대표가 당 대표직을 맡을 때부터 경선 연기론과 관련한 갈등이 최우선 과제임을 알았음에도 공식적인 논의를 경선일정 시작 일까지 차일피일 미루면서 의도적으로 연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그러자 연기 반대 진영 또한 찬성 진영의 행위가 도가 지나치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당원의 투표로 선출된 당 대표가 있고 최고위가 있는데 이를 건너 뛴 채 당무위에서 결정을 하자는 것은 지도부를 무력화하는 것이자 당의 기능 또한 무시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당원과 국민의 여론을 조사해 당 대표를 뽑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몇몇 인사들을 통해 당무위에서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당 해산'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최고위가 당헌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 지도부가 사흘의 여유를 두고 공을 경선기획단에게 넘김으로써 당장 당무위 소집 등을 놓고 연기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이 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최고위가 오는 25일 당헌대로 대선 180일 이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쪽이든 계획을 변경하는 쪽이든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 또 다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경선 연기 측과 연기 반대 측은 모두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송 대표가 당내 의견을 무시한 채 경선 시기를 못박거나 당무위 안건 상정을 막는다면 당을 완전히 독단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선 연기를 위한 당무위 안건 상정을 논의하지 못하게 되면 점점 당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재선 의원은 "흥행은 경선 날짜 연기 여부가 아니라 후보의 스토리텔링, 정책역량, 공감능력 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분란 최소화를 위해 빠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