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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시흥 부부…주민센터, 4번 방문하고도 몰랐다



경인

    '복지사각' 시흥 부부…주민센터, 4번 방문하고도 몰랐다

    주민센터, 올해 1·2·4월 네 차례 방문
    문 닫혀 있고 인기척 없어…"전기·수도요금 연체는 생존 신호"
    방문 당시 A씨 아내 생존 추정…살릴 기회 놓쳤나
    전문가 "지자체, 부부 상태 적극적으로 확인했어야"

    지난달 22일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시흥 한 아파트단지. 정성욱 기자

     

    경기도 시흥 60대 부부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 관할 주민센터가 주민신고를 받고 4차례나 가정 방문을 나가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돌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 가구를 발굴하도록 관련 법을 제정했음에도 당시 현장 방문 공무원의 소극적 대응으로 비극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센터, 부부 자택 4차례 방문..."인기척 없었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 부부가 사망한 시흥시 관할 주민센터는 올해 1월과 2월, 4월 등 총 네 차례 A씨 집을 방문했다.

    A씨 부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웃주민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A씨 집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고, 관리비가 연체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4차례나 현장을 찾은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단 한 번도 A씨 가족과 대면하지 못했다.

    이유는 '인기척이 없었다'는 것.

    문은 잠겨 있었고, 집 안에서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A씨 부부 모두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주민센터 측은 A씨 집 현관문에 상담 안내문만 붙여놓은 채 돌아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의 연락을 받고 올해 1월부터 A씨 집을 네 번 방문했다"며 "하지만 인기척도 없고 문도 잠겨 있어 현관문에 복지 상담 안내문을 붙이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A씨 부부가 살던 아파트 현관문. 정성욱 기자

     

    ◇부인 살릴 기회 놓쳤나...여전한 복지 사각지대

    그러나 주민센터의 대처는 최선이었을까.

    주민센터가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이 A씨 집 안에선 비극이 벌어졌다. 부부는 사망했고 두 딸은 부모 시신 옆에서 최소 한 달 이상 생활했다.

    주민센터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집 안엔 사람이 있었다.

    특히 주민센터가 처음 방문했던 올해 1월에는 A씨 부인이 살아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당시 A씨 집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로, 집 상태를 확인하러 온 낙찰자는 A씨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집 안에는 문을 반쯤 걸어잠근 채 저항하는 A씨 부인이 있었다. 결국 낙찰자는 집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이후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와 주민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얼마 뒤 주민센터가 첫 방문을 했다. 이후 세 번이나 더 집을 찾았지만, 집 안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돌아갔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주민센터가 소극적 행정을 했다고 지적한다.

    이웃 주민은 "관리비가 2년 넘게 밀려 있고 집이 경매에 넘어간 점들을 고려하면 주민센터든 관리사무소든 A씨 부부나 딸을 만났어야 한다"며 "당시 A씨도 살아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A씨의 아내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민센터는 A씨 가족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생존 신호로만 판단했다.

    A씨 가정은 2019년 1월부터 2년 넘게 수도·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위기가정이었다.

    하지만 주민센터는 관리비가 연체되는 상황을 A씨 가족이 살아있다는 신호로 판단하고 돌아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문을 강제로 개방해서 들어갈 수 없다"며 "수도와 전기요금은 연체됐지만 꾸준히 사용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내부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자체, 부부 만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현행 시스템상 수도와 전기 등이 끊긴 가구는 발굴대상자 빅데이터인 '행복e음' 시스템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으로 취약 계층을 발굴해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개선된 결과다.

    그러나 A씨 가정은 시스템 '밖'에 있었다. 수도와 전기요금이 연체됐을 뿐 차단되진 않았다. 실제 A씨 가정은 시흥시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는 가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자체가 현장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광대학교 보건행정학 김종인 명예교수는 "주민센터가 현장에 나가서 사진을 촬영해 분석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게 현장 방문"이라며 "인기척이 없더라도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까지 확인했어야 하고, 못하더라도 이후 사회복지사가 주기적으로 찾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하지만 현장방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가 생겼고, A씨 부부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 경기 시흥 자택에서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집을 찾은 경매 집행관에게 발견됐다. 당시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부부와 함께 살던 30대, 20대 두 딸이 문을 열어줬다.

    현재 두 딸은 시흥시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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