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종민 기자
"대선은 지나간 5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5년을 준비하는 절차다. 어느 후보도 아직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평등주의에서 갑자기 '성장'과 '공정'으로 노선을 갈아탔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공정과 법치 외에 나라를 어떻게 바꿀지 아직 메시지를 못 내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대구매일에 기고한 칼럼 내용 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재명 지사가 '갑자기 성장과 공정으로 노선을 갈아탔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정말 그럴까?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재명이 선택한 도정슬로건이재명 대선 캠프와 경기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합하면, 결론은 '진 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공정에 관한 이야기. 이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라는 도정슬로건을 첫 번째 근거로 들었다.
이 도정슬로건은 이 지사가 지난 2018년 7월 취임하면서 '민선 7기의 비전'을 담아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 홈페이지에는 도정슬로건의 의미와 관련해 "민선7기 도정 핵심가치인 '공정, 평화, 복지'를 기반으로 도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경기도를 조성함으로써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들이 이루고자 했던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9일 민선 7기 3주년을 맞아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사가 취임하년서 내세운 공정의 가치가 77개의 정책으로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제질서 구현 △생활 속 불법·부조리 근절 △공정생태계 조성 등 3대 부문에서 77개의 세부 사업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11월 17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가진 CBS 노컷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공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 '공정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가 할 일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서 차별 받지 않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고 의욕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질서를 만들어 주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공정한 경쟁 시스템입니다. 공정한 경쟁이 가장 작동해야 될 영역은 경제 영역이죠. 그래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건 내가 최선을 다했어요. 자신있게 나는 한다고 생각합니다"(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0. 11. 23 [이재명 인터뷰⑪] "내 목표는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는 대동세상")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9명의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공명선거·성평등 실천 서약식 및 국민면접 프레스데이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서약식에는 김두관·박용진·양승조·이광재·이낙연·이재명·정세균·최문순·추미애(이름순) 참석. 윤창원 기자
◇이재명 "기본시리즈는 청년대책이자 경제회생책"다음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성장 담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풀어냈다.
이 지사는 좌절하고 있는 청년세대를 위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안타깝게도 경기도에서 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이나 청년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도 사실은 근본적인 대책이 못 된다"며 경기도 차원의 정책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결국 청년대책의 핵심도 이 사회가 좀 더 성장하는 사회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도입을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금융과 같은 제도도 '단순 퍼주기'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오히려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자 경제회생책이며 양극화 완화와 공정성 회복의 길이라는 것이다.
"저는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된다고 보는 거죠. 취업이든 기회든 사실은 경제 총량이 늘어나야 기회라고 하는 게 골고루 향유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저성장 사회가 되면 결국 기성세대조차도 기회를 놓치게 될 텐데 그게 신규세대에게 주어질 리가 없잖아요. 제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총수요를 늘려 경제선순환을 이루고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하는 정책들을 마치 어떤 것도 소진하는 '그냥 퍼주기'로 폄훼하는데 제가 하는 모든 정책들은 사실 경제회생에 맞춰져 있어요"(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0. 11. 23 [이재명 인터뷰③] 이재명 "청춘이라 아파도 된다? 약올리는 소리!")◇이재명 "공정해야 성장하고, 성장해야 기회 많아지고 희망 생겨"
대선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재명 지사에게 공정과 성장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먼저 공정해야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해야 기회가 많아지며, 기회가 많아져야 결국 희망이 생긴다는 논리 전개이다. 다시 인터뷰를 살펴보자.
"모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자원이나 이윤이 재산이나 부가 양극화 되고 독점되는 게 문제 아닙니까? 그러면 이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내고 그걸 통해서 경제를 포함한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하면 다시 기회들은 많아 질 거고 희망도 생길 겁니다. 우리가 국내총생산(GDP)이 2천조원이니까 1%25면 20조원이잖아요. 2%25면 40조원. 매년 40조원이 더 생겨난다. 그러면 거기서 생기는 일자리나 소득 분배가 얼마나 커지겠어요. 그걸 만들 수 있다고요. 우리가 결단하면. 우리는 그 결단을 만들어가야 되겠죠. 그 결단은 결국 국민이 만드는 거예요"(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0. 11. 23 [이재명 인터뷰③] 이재명 "청춘이라 아파도 된다? 약올리는 소리!")
지난 1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대선 출마선언문 영상.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는 지난 1일 영상으로 비대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인 '불공정'과 '양극화'를 '공정경제'와 '성장'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가 출마선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18회)와 성장(11회), 공정(7회)이었다.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을 참모들에게 맏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