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을 두고 따로 수사에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두 기관이 한 사건을 놓고 '이첩 기싸움'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수처 '수사 외압' 반부패라인·법무부라인 등 수사에 의지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당시 대검 수사지휘과장), 최모 당시 반부패강력부 검사 등 3명에 대한 직접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19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밑에서 근무하면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공수처는 '공제 5호'로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입건한 상태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원지검은 비공개 자체 예규에 따라 사실상 이첩을 거부하고 있다"며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한 것으로, 공수처법 24조1항에 따라 수원지검은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수사 외압에 가담한 혐의로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현철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3명도 지난달 중순쯤 입건했다. 지난 5월 13일 검찰로부터 이첩 받은 지 약 한 달이 지나 수사 착수를 결정한 것이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사건은 핵심인 이성윤 고검장을 필두로 △문 부장 등 3명의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장 산하 라인, △윤 부장 등 3명은 안양지청 및 법무부 검찰국 라인 두 갈래로 뻗어간다. 이성윤 고검장과 이규원 검사, 문 부장 등이 공수처로 함께 이첩됐다가 다시 검찰로 재이첩돼 검찰이 수사를 해왔다. 윤 부장 등은 이보다 두 달이 더 지난 시점에 공수처로 이첩됐고, 공수처가 이첩 받은 지 한 달만에 수사를 하겠다고 판단한 셈이다.
◇중복 수사로 각각 다른 판단의 기소 시 '공정성 논란' 거세질 듯문제는 문 부장 등 검사 3명의 사건에 대해 검찰·공수처 두 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하게 됐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문 부장 등 3명을 포함해 이 고검장과 이 검사를 검찰로부터 '이첩'을 받은 시점에 인력 상황의 문제로 검찰에 다시 넘겼다('재이첩'). 검찰은 이 고검장과 이 검사만 우선 기소했고 문 부장 등 3명도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지난달 초 기소하지 않은 문 부장 등 3명의 검사 사건을 다시 달라고('재재이첩')을 요청하면서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을 근거로 자동 입건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반대 입장을 대검에 전달했고, 대검이 공수처와 의견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가 문 부장 건과 같은 맥락의 윤 부장 건까지 수사에 나선 것은 문 부장 사건 수사의 명분을 쌓고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첩을 강력 반대하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공수처가 이첩의 근거로 삼고 있는 24조 1항의 전제가 여전히 요건이 갖춰지지 않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수사 외압에 대한 사건을 이미 공수처가 검찰로 넘겼고 수사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다시 돌려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게 되면 검찰은 앞으로도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을 수사 하는 도중에 또 다시 넘겨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복 수사와 관련한 24조 1항의 서술어는 '공수처에서 수사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이 응해야 한다'지만, 전제는 다른 수사기관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이라면서 "이때 수사의 진행 정도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뭉개서 공정성 논란이 있을 때 공수처가 가져오는 것이지 다른 수사기관이 열심히 수사하는데 가지고 오라는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수사기관이 열심히 수사를 할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