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단계 판매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5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강서구의 한 빌라. 김정록 수습기자
6일 강서구청 등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은 모두 구청이 관리하는 맞춤형 기초보장수급자였다.
구청 관계자는 "어머니 A씨와 큰아들 B씨는 2014년부터 기초보장수급자로 지정됐고, B씨의 이종사촌인 C씨는 최근 강서구에 이사온 것으로 파악돼 정확한 지정 연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자는 매달 2인 최고 지원금액 127만원을 받았고, C씨는 주거급여 기준만 해당해 30만원 정도를 지급받았다"며 "아들 B씨는 장애인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몸이 편찮으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소득인정액이 급여별 선정기준 이하인 가구 가운데 부양 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소득과 재산이 적어 부양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해 각 가구의 특성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5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강서구의 한 빌라. 김정록 수습기자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2시 30분쯤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사망한 3명은 어머니 A씨와 큰아들 B씨, 그리고 B씨와 이종사촌 관계인 C씨였다. 따로 살던 작은 아들이 "서울에 있는 어머니와 형이 1일부터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했다. 발견된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의 터전은 보증금 8천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셋방이었다. 작은 방 2개가 딸린 14평짜리 집에는 침대와 세탁기 등 살림살이만으로도 빽빽한 상태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은 약 400여만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증금은 LH 융자로 조달했다.
각종 공과금이 밀리는 등 일종의 '시그널'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구청 측은 "최근 이 가정에 공과금 체납 고지서가 발송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숨진 모자가 최근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집주인 D씨는 "아들과 엄마가 다단계 판매업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 없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해외에서 영업도 했다고 하는데 참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집수리 때문에 시끄럽다며 집세 좀 빼달라고 이야기하길래 수도세를 빼주고, 집세도 10만 원만 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 E씨는 "어머니가 되게 밝으셨다. 운동도 다니시고, 밝은 옷도 자주 입었다"면서도 "명절 때는 되게 조용하고 다른 가족들도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집주인한테 집세를 빼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정이 어려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나 흉기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와 시점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 오전 국과수 부검이 예정돼있고 오후쯤 1차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