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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생계형 사기꾼에 놀아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칼럼

    [칼럼]생계형 사기꾼에 놀아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들불처럼 번지는 사기꾼과 사회지도층 유착 의혹
    로비는 외제승용차에 자녀학원비, 성 접대까지 다양
    부끄러움에 대한 사회 지도층의 불감증 심각
    잘못된 관행들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증거
    빙산의 일각일 뿐 유착 의혹 철저히 밝혀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떨어져 있어야 할 사물이나 조직이 깊은 관계를 갖고 결합해 있는 것', 이를 사전적 의미로 유착(癒着)이라고 한다.
     
    비정상적인 결합이나 관계를 뜻하는 말인데 보통은 부정적일 때 사용된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때아닌 유착 의혹으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이 현직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시작된 유착 의혹은 검찰과 경찰, 언론에 이어 정치권과 체육계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청와대까지 거론될 정도다.

    지난 5일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에게 이모 부부장검사(부장검사에서 강등)를 소개해 준 사실은 인정했다. 연합뉴스지난 5일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에게 이모 부부장검사(부장검사에서 강등)를 소개해 준 사실은 인정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유착의 핵심 당사자가 '사기꾼'이라는데 있다.
     
    100억 원대 사기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의 입을 통해 드러난 정·관계 연루정황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욱이 김 씨의 진술은 의혹이 아닌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어 개탄스럽다.
     
    잡범 사기꾼에 불과하던 김씨는 교도소에서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만나면서 언론인으로 신분을 세탁한 후 유력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오징어 사업에 투자하면 서너 배로 불려주겠다고 속여 116억 원을 가로챘는데 사기행각에 뒤탈이 없도록 고급인맥에 다양한 로비를 벌여왔다.
     
    든든한 뒷배를 마련하며 인맥을 과시한 뒤 버젓이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로비에 외제 승용차와 명품시계, 골프채 등은 물론이고 대게 파티를 벌이고 자녀 학원비까지 건넸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성 접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5일 현직 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지난 5일 현직 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지난해 한 체육 단체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에는 정치권과 언론계, 연예계 등의 축하를 받으며 재력과 인맥을 과시했다고 하니 착잡할 따름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접촉한 것을 보면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고, 또 상당 부분 로비가 통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부끄러움에 대한, 죄의식에 대한 사회 지도층의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대게와 과메기, 독도새우를 선물 받고도, 외제 차량을 제공받고도 문제 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식의 변명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청탁금지법은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되는데 그걸 모르고 받았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잘못된 관행들이 사회 곳곳에, 특히 사회지도층에 아무렇지도 않게 만연해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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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기행각과 로비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김씨가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연결고리'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또 사기행각으로 벌어들인 돈을 정치권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어느 선까지 로비가 이뤄졌는지, 대가나 청탁을 받았는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경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유착 의혹의 실체를 철저히 파헤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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