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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코로나 때문에 불안? 일단 뭐라도 쓰자"[뉴스업]

사회 일반

    김경일 "코로나 때문에 불안? 일단 뭐라도 쓰자"[뉴스업]

    코로나 시기에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
    공감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뉴스'를 공유해라
    코로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시간
    '만족'을 아는 사람들이 인생의 고수다
    행복은 목표가 아닌 도구…크기보다 빈도가 중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김종대> 코로나, 정말 길고 긴 끝이 안 보이는 터널 같습니다. 괜찮아지는 듯했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지 않나.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나. 끝이 안 보이는 이 시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어서 오세요.
     
    ◆ 김경일> 안녕하십니까?
     
    ◇ 김종대> 저는 참 교수님 개인적으로 뵙고 싶었어요. 제가 강연을 많이 들었는데요. 교수님 강연을 듣다 보면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허전한 마음이 좀 채워진다? 이런 느낌이고 또 항상 이렇게 웃는 얼굴에 달변이시라서 더더욱 전달력이 좋으신데 제가 너무 칭찬했죠?
     
    ◆ 김경일> 네, 부담 엄청 됩니다.
     
    ◇ 김종대> 그 비결이 뭡니까?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 마음을 휘어잡아요?
     
    ◆ 김경일> 글쎄요. 그런데 가끔 그런 질문들은 하시면요. 강연 때는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분들한테 도움 되려고 하는 좀 생각을 하면 좀 나아지더라고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경일> 강연을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이분들한테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될 만한 말씀을 뭐라도 드릴 수 있을까라고 하면 좀 들으시는 분들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 김종대> 그거 중요한 비결이네요. 대부분 강연하는 사람이 내가 얼마나 잘났는가, 내 지식이 얼마나 훌륭한가 막 이렇게 과시적이잖아요.
     
    ◆ 김경일> 저도 사실 그런 면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래요? 있어도 이렇게 또 잘 포장을 하시는 것 같아요. 교수님이 사람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자가 되셨다고. 요즘 사람들 쭉 관찰해 보면 어떻습니까?
     
    ◆ 김경일> 그런데 이제 팬데믹 때 이게 보면 흐름을 보면 사람들이 내가 지금 화난 건지 슬픈 건지 우울한 건지 무기력한 건지 이런 걸 잘 모르는데 그게 왜 그러는가 봤더니 사실은 자기 감정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 중의 하나가 남들이 자기한테 어떻게 하는가.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얼굴을 이렇게 무표정하고 있는데 야, 너 너무 안 좋은 일 있니, 사람들이 물어봐주잖아요. 그러면 내가 뭐 안 좋은 게 있나? 그다음에 너 왜 이렇게 화났어. 내가 화냈나? 조금씩 그런 단서들이 있는데. 특히 한국 사람들이 사회생활에서 자기의 상태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알아내는 걸 많이 하거든요. 서양인들에 비해서 특히나. 그런데 아무래도 접촉이 떨어지다 보니까 이게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이런 얘기를. 그런 경험 많으시죠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 분들이 다 저요, 저요, 저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하세요.
     
    ◇ 김종대> 그런데 그렇게 자기 마음을 잘 모를 때가 굉장히 어떤 불안하고 또 혼란스럽고 또 더 나아가서 위기의 어떤 마음 상태 아닐까요?
     
    ◆ 김경일> 그렇죠. 지금 정확하게 말씀을 하신 건데요. 왜 불안이라고 하는 건 무언가 안 좋은 게 올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는 게 불안이죠.
     
    ◇ 김종대> 그렇군요.
     
    ◆ 김경일> 슬픈 건 이미 이유가 명확하죠. 내가 사랑하는 걸 빼앗기거나 상실했을 때. 그다음에 뭔가 맞으면 화가 나고 그런데 불안이라는 건 뭔가 하여튼 안 좋은 게 있을 것 같은데 그 안 좋은 게 뭔지 잘 모르는 아주 실체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감정이 불안이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특히 이런 팬데믹 시기에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렇다면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예측이 잘 안 된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러면 무언가 관계 유지가 잘 안 되는 시대의 이 불안한 감정, 이거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 김경일> 일단 불안은 그래서 어떻게든 구체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죠. 불안이 모호하고 불확실할 때 커지는 거니까 나쁜 사실이라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불안은 상당히 해소됩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나쁜 사실이라도 제대로 알면.
     
    ◆ 김경일> 그래서 제가 기업에 가서 말씀드릴 때는 평상시에는 만약에 조직의 팀장이나 아니면 리더가 자기 부하 직원들이나 팔로워들한테 그런 건 몰라도 돼, 그런 건 알 필요 없어, 이렇게 쉽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불안할 때는 이렇게 불안이 계속 엄습할 때는 몰라도 돼, 괜찮아, 알 필요 없어, 이런 얘기들을 하면 계속 이게 모호함으로 자꾸 더 들어가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좀 나쁜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조금 더 사실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것들이 좀 필요한데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가 확진자 숫자 제대로 공유하는 건 그러니까 확실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불안보다는 조금 다른 감정에 흔들리는 건 어려워도 불안은 잘 잡는 거죠. 불안은 잘 잡고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마치 그런 것처럼 일상생활에서도 그래서 불안하다 싶으면요. 제일 심리학자들이 많이 권해 드리는 게 쓰는 거예요.
     
    ◇ 김종대> 쓰는 거. 어떤 효과입니까?
     
    ◆ 김경일> 이게 쓰게 되면 실체로 남거든요.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물질로 남는 거죠. 그래서 메모를 해서 지갑에 넣는 순간 그 결심은 지켜진다라고 보통 얘기를 할 정도로 쓰는 게 굉장히 여러 모로 쓰는 순간에도 진정이 되고요. 그리고 난 다음에 그 쓴 걸 나중에 볼 때 그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라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래서 불안할 때일수록 생각을 물질로 만들라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페이스북 열심히 하시는 분들 보면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하루에 써야 내가 마음이 해소된다는 느낌. 흔적을 남기고 싶은 거죠.
     
    ◆ 김경일> 그렇죠. 사실은 그래서 저는 온라인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럴 때는 완전히 아날로그로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 김종대> 아날로그로 직접 손편지 쓰듯이요.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이 글씨가 잘 안 돼요.
     
    ◆ 김경일> 그렇죠.
     
    ◇ 김종대> 모 정당의 당대표 방명록 쓴 거 보니까 이게 안 써본 것 같아요.
     
    ◆ 김경일> 저도 웃다가 뜨끔할 정도로 글을 잘 안 쓰게 됐었는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연구를 해 보면 타이핑할 때보다 키보드로 쓸 때보다 펜으로 쓸 때 속도가 좀 느리거든요. 느리기 때문에 더 중요한 생각을 더 잘 남깁니다. 공부할 때도 강의 들을 때도 타이핑으로 노트북 펼쳐놓고 태블릿 펼쳐놓고 쓰는 친구들보다 손으로 적는 친구들이 더 많은 양을 적는 건 불리하죠. 그런데 핵심은 그 친구들이 더 잘 남겼어요.
     
    ◇ 김종대> 그렇군요. 청취자분들 이거 중요한 팁이에요. 한번 오랜만에 손글씨 한번 써보죠. 아주 중요한 치료 효과가 있다 그럽니다. 그런데 일단은 관계의 단절이라는 것은 뭐냐 하면 타인에 대한 어떤 마음에 이렇게 공명하는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꾸 무언가가 나로부터 이렇게 고립되고 그러면서 쉽게 분노를 터뜨릴 수도 있는 좀 위험한 공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김경일> 그 공명의 공간이 없다는 표현은 정말 저도 다른 데 가서 꼭 써보고 싶은.
     
    ◇ 김종대> 그렇습니까? 아이고, 이거 또 저를 칭찬해 주면 방송이 안 되는데. 어쨌든 기분이 좋습니다.
     
    ◆ 김경일> 공감이라고 하는 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나도 한번 살짝 경험해 보면서 떠올려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서 아파하면 아이고라고 하는 이런 것들 있죠. 그러면 그때 실제로 그 순간에 나도 고통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게 상대방을 보면서 그 상대방의 느낌을 내가 가져야 되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이런 팬데믹 때 이게 바로 뭐냐 하면 우리가 자꾸 분노나 아니면 기분 나쁜 거나 아니면 타인에 대한 혐오나 이런 것들을 흔들리는 걸 잘 그때그때마다 잘 다독여놓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에 우리가 공감해야 될 때 공감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러면 공감이 잘 안 되면 대화에 문제가 생기겠고 또 관계에 문제가 생기겠고.
     
    ◆ 김경일> 개인적으로는 그렇고요. 사회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왜냐하면 공감이 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리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면 극단적으로 이제 고립화되고 이기주의적인 사람들로 우리가 변할 수도, 상황적으로도 그렇게 변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사실은요. 따뜻한 뉴스들을 좀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노력들을 좀 해 주셔야 돼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경일> 그러니까 사실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들 중에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것으로 많이 나눠야 사람들의 마음이 전반적으로 괜찮아지거든요. 좀 많이 공감을 할 수 있는 사회로 가거든요. 만약에 언론이 못 하시면 SNS에서라도 우리가 이런 얘기들을 좀 서로 공감을 하실 수가 있어야 되는데 이게 흐름이 있는데 최근에도 보면 좀 그렇기 때문에 조금 힘들 때마다 우리 한국 사회가 그래도 여전히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뉴스 중의 하나가 힘들 때마다 막 이렇게 떨어지는 것 같다가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가도 사람들의 마음이, 사람들이 찾습니다. 우리 주위에 이타적인 사람, 착한 사람 그리고 뭔가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걸 자꾸 적극적으로 찾는 반작용이 또 일어나는 걸 보면 에너지를 또 느끼기도 하죠.
     
    ◇ 김종대> 어쩌다 포털 같은 데서 그런 따뜻한 뉴스가 상위 랭크로 갑자기 올라올 때가 있어요. 그게 바로 그런 현상이군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비관으로 가려다가 계속해서 비관으로 너무 간다 싶으면 특히 한국 사회는 그런 반작용이 아주 굉장히 능동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습니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어떤 측면을 보여주셨어요. 작년에 교수님께서 우리 CBS 나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는 행복의 기준이 달라질 거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거 원트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거 라이크, 이것이 기준이 돼야 한다. 이게 코로나 시대를 사는 방법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제가 그 얘기가 무슨 얘기인지 한번 다시 해 주시겠어요?
     
    ◆ 김경일> 특히 타인의 시선이나 아니면 사회적 요구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우리나라 문화, 한국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굉장히 가지고 싶어 하는 거, 가지고 싶어 하는 게 그게 좋아해서 가지고 싶어 하는 게 아닌 게 많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나만 안 가지고 있는 것들을 굉장히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그게 사실은 우리 인간의 자원이 제한돼 있고 시간도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걸 그렇게 내가 원해서 가져갔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 경우예요. 굉장히 허망한 삶이죠. 허망한 삶인데 이게 사실은 한국 사회가 굉장히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괴리가 좀 상당한 문화일 수밖에 없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에 이런 광고 있잖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친구의 말에 자동차 이름을 대면서 그걸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뭐냐 하면 그 차가 좋은 게 아니라 그 차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라든가 그런 사회적 평가가 굉장히 중요한 건데 사실은 이건 우리나라 문화에서 잘 만든 광고이기는 한데요. 요는 내가 그 차를 좋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코로나 팬데믹 거치면서 우리가 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우리를 보면서 원트하는 게 조금 줄일 수 있고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그래도 내가 가질 수 있는 어떤 의미는 뭐냐 하면 외롭고 고립돼 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가를 알아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모든 나라가 다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잖아요. 그런데 한국, 우리 한국인에게는 사실 거의 몇 백 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죠.
     
    ◇ 김종대> 몇 백 년 만에.
     
    ◆ 김경일> 그렇죠. 왜냐하면 수많은 왜란, 호란 그다음에 경신기근 같은 어려운 난관들을 겪으면서 늘 우리로 묶여 있고 우리로 결속되어 있는 사회였는데. 사실 이런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게 사실 우리 한국인에게는 사실 그 자체로는 굉장히 특별한 시간인 것 같아요.
     
    ◇ 김종대> 특별한 시간이 왔습니다. 특별한 시간이에요. 혼자 있으면서 또 새로운 걸 발견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코로나 그때 말씀하신 때로부터 1년. 과연 한국인들이 그 혼자 있는 시간을 그렇게 받아들였을까요?
     
    ◆ 김경일> 굉장히 지금 의미 있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굉장한 편차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 김종대> 편차? 어떤 편차?
     
    ◆ 김경일>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나의 가치, 나라는 사람의 인생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어떤 걸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걸 했을 때 정말 의미 있는 삶을 사는가를 계속해서 부지런히 고민을 한 분 그리고 찾아본 분, 느껴본 분과 그냥 그 1년 동안에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그냥 몸부림 친 분. 이건 사실은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어내거든요.
     
    ◇ 김종대> 그렇습니까?
     
    ◆ 김경일> 우리나라가 지난 그러니까 사실 1년 반이죠. 1년 반이라고 하는 이 긴 시간 동안 그래도 이 악물고 제 관점으로 보자면 수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해낸 나라예요.
     
    ◇ 김종대> 대단한 나라 아닙니까?
     
    ◆ 김경일> 외국 연구자들이 야, 전 세계에서 지금 지난 1년 반 동안 그래도 이 악물고 어떻게든 공부하고 학습한 나라는 너네밖에 없어. 이 1년 반의 편차가 사실은 무형적인 것 같지만 앞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팬데믹이 모두 끝나고 난 다음에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서 만들 거야. 우리가 계속 공부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갖다가 이거를 그러니까 한 개인으로 놓고 보자면 지난 1년 동안 그래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한 분과 고민하고 생각을 멈춘 분들의 차이도 우리 문화 내부에서도 크게 벌어질 거예요.
     
    ◇ 김종대> 그런 어떤 개인의 삶의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 얘기는 한편으로는 또 조금 불안한 느낌도 줍니다.
     
    ◆ 김경일> 그럼요.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 김종대> 다 같이 좀 같이 스텝을 밟아야 되는데 이 부분도 조금 불안함이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적정한 삶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조언을 하셨어요. 어떤 게 적정한 삶일까요?
     
    ◆ 김경일> 적정한 삶은 일단은 극대화된 삶의 반댓말로 보통 심리학자들이 얘기를 하는데요. 극대화된 삶은 스톱의 지점 그러니까 멈춰야 되는 지점을 모르는 모든 종류의 삶이죠. 그러니까 어디까지 벌고 어디까지 쓰고 어디까지 또 일하고 어디까지 놀아야 되는. 인간이 언제 가장, 언제 가장 유기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냐면 하던 것을 제대로 멈췄을 때.
     
    ◇ 김종대> 제대로 멈출 때.
     
    ◆ 김경일> 제대로 멈출 때. 그러니까 하나의 기계가 자동차를 10시간 운전하면 자동차가 망가지거든요. 두 시간, 세 시간 운전하고 쉬어야 되죠.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경일> 그런데 일주일여를 한 달 동안 계속 운전을 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망가지죠. 그러니까 가고 서고 운행하고 정지돼 있고 이 순간이 계속해서 잘 만들어져야 그 유기체가 오래 가거든요. 적정한 삶이라고 하는 건 결국 가장 건강하고 오래 살고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 되는 건데 그럼 그 언제 스톱해야 되냐를 어떻게 아냐는 거예요. 언제 잠시 멈추고 쉬고 언제 잠시 멈추고 돌아보고 언제 얼마까지 경쟁하고 어디서부터는 덜 경쟁하느냐. 그런데 그걸 알려주는 신호가 만족이라는 겁니다.
     
    ◇ 김종대> 만족.
     
    ◆ 김경일> 만족. 그러니까 딱 이런 게 있죠. 딱 좋아, 여기까지가. 이런 말을 하시는 사람들은 사실은 굉장히 고수예요, 인생의 고수입니다.
     
    ◇ 김종대> 인생의 고수다.
     
    ◆ 김경일>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일을 할 때도 보면 직장 상사 중에 딱 서류를 보면서 이런 분들 있어요. 오케이, 여기까지 딱 좋아. 이 정도면 아주 이상적이야. 이러면 부하 직원들이 너무 편하죠. 그런데 이걸 모르면 야, 조금 더 고쳐봐. 좀 더 해 봐, 좀 더 할 수 있어.
     
    ◇ 김종대> 소위 갈군다, 태운다 이런 말이에요.
     
    ◆ 김경일> 네, 그러니까 본인도 가장 이상적인 수준의 상태를 모르니까 그 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고. 만약에 그 상사가 여기까지 딱 좋아라고 하면 이제 그 일로부터 끝내고 빠져나와서 뭐 합니까? 쉬거나 다른 일 하잖아요.
     
    ◇ 김종대> 그러겠죠.
     
    ◆ 김경일>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만족의 시점을 모르는 분은 한 가지 일에 끝없이 탐닉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부분 돈이겠죠.
     
    ◇ 김종대> 멈출 수가 없어요.
     
    ◆ 김경일> 멈출 수가 없는 거죠.
     
    ◇ 김종대> 참 우리가 그렇게 살아온 거 아닌가요?
     
    ◆ 김경일> 그렇죠. 왜냐하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느냐는 너무너무 많이 가르쳤지만 어떻게 돈을 써야 되는가를 거의 안 가르쳤거든요.
     
    ◇ 김종대> 알겠습니다. 우리가 만족하는 삶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되는데 또 적당히 이제 멈출 줄도 알아야 되고요. 그런데 요즘 이제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한다. 혹시 영끌 투자, 주식, 부동산 심지어 비트코인 이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어떤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뒤처지는 거 아닌가라는 심리에서 나오는 건가요?
     
    ◆ 김경일> 그럼요, 그럼요. 그게 이제 왜 소위 말하는 시간이 얼마 없다, 기회가 얼마 없다. 그러니까 이제 뭔가 사라지고 있다라는 느낌, 이런 것들이 이제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영끌과 관련된 모든 투자가 사실은 끌어모아서 투자를 하는 것보다 더 큰 부작용이 뭐냐 하면 못 기다리게 한다는 거예요.
     
    ◇ 김종대> 못 기다리게 한다.
     
    ◆ 김경일> 대부분의 투자의 패턴이 작년 초반부터 투자의 패턴 그리고 그 투자의 결과의 패턴이 모든 연령대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10대, 20대든 30대든 40대든 50대든 여성이 더 많은 수익률을 가져가요.
     
    ◇ 김종대> 여성이요?
     
    ◆ 김경일> 왜냐하면 여성이 좀 더 잘 기다려요. 무언가를 투자하는 데 있어서도 잘 기다리거든요. 그런데 그게 간신히 50대, 60대 가서야 이제 남성이 여성과 비슷해집니다. 그러니까 이제…
     
    ◇ 김종대> 남자도 좀 기다려야…
     
    ◆ 김경일> 50대, 60대 정도가 되면. 그런데 작년이 특히 20대, 30대분들이 못 기다리더라고요. 왜냐. 왜냐, 끌어 모았으니 소위 말해서 빨리 팔아야 되고 빨리 봐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참 재미있는 게 투기하면 빨리 팔고 투자하면 서서히 판다라는 얘기를…
     
    ◇ 김종대>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김경일> 우리가 아주 잘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무언가를 급한 마음에 들어가기 시작할수록 그걸 못 기다리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손해 볼 수가 더 많아져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경일> 그래서 저희가 이런 조언도 심지어는 드립니다. 그러니까 급한 마음이 없는 때 주식을 사라. 우리는 막 기다리다가 오후 3시쯤 됐을 때 막 이제 하루 종일 보다가 막 주식 사고 이런 걸 많이 하지만 사실은 길게 봤을 때는 그런 패턴이 별로 좋은 결정이 아니라는 경우를 대부분 만들어내고요. 주식을 산다, 만약에 어디 산다, 어디 투자한다, 오전에 하라고 그래요. 왜냐하면 그때가 안 지쳤기 때문에.
     
    ◇ 김종대> 일리 있네요.
     
    ◆ 김경일> 체력적으로도 건강하기 때문에 급한 마음을 덜 가진 상태에서 사기 때문에 심지어는 오전에 산 주식을 더 여유 있게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연구 패턴들도 있어요.
     ◇ 김종대>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어요. 이거 언제 경제업 시간에도 한번 나오셔야 될 것 같아요. 이게 우리 사회에 보면 말입니다. 저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게 웬만한 갈등이 주로 인정 투쟁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너 왜 나 무시해, 너 왜 누구를 비하해, 그러면서 서로 간에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된다라는 게 어떤 하나의 사회적 갈등, 투쟁, 이런 양상으로 나타나고 또 사람들이 화를 잘 내요. 이런 인정 투쟁에 사로잡힌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 보셨을 거예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경일> 특히 팬데믹 이후로 좀 심하다는 건 이거는 굳이 전문가나 아니면 이런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도 지금 누구나. 너 나 무시하는 거야? 아니면 너 나를 이거밖에 평가를 안 해라고 하는 그거를 아예 복선에 깔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좋은 언어로 얘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은데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사회가 무시당한다라고 하는 것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죠. 그러니까 내가 누구인데, 내가 누구인지 알아? 제가 농담으로 이걸 영어로 번역을 하려니까 안 되더라고요.
     
    ◇ 김종대> 안 돼요?
     
    ◆ 김경일> 이런 식의 분위기를 대화를 하려니까.
     
    ◇ 김종대> 영어에는 유 노 미 이런 거 없어요?
     
    ◆ 김경일> 그러니까요. 몇 가지 독특한 나의 정체감을 지키려고 하는 굉장히 강한 욕구인데요. 사실은 그게 대부분 두려움에 기초합니다.
     
    ◇ 김종대> 두려움에서 나옵니까?
     
    ◆ 김경일> 그러니까 너 나 누구인지 알아, 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래라고 하는 건 굉장히 두렵다는 거예요. 나의 자아가 사실은 무시당할까 봐.
     
    ◇ 김종대> 그래서 갑질이 나오네요?
     
    ◆ 김경일> 네. 그래서 무엇이 그렇게 두렵길래 그렇게 격렬하게, 격렬하게 반응을 하느냐라는 걸 그런 관점으로 보면 사실은 그전, 그 사람의, 그 집단의 혹은 그 시점에 가면 두려움들이 보이죠. 우리가 좀 두려운 게 많아진 것 같아요, 확실히.
     
    ◇ 김종대> 그렇죠. 그러면 사회적 갑질이나 인정 투쟁도 치유하는 방법은 두려움을 없애는 겁니까?
     
    ◆ 김경일> 그러니까 두려움을 없앤다라고 하는 건 두렵다라는 건 사실은 뭔가를 확실하게 보장을 해 줘야 돼요. 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어떤 곳에 갔는데 3시간 동안은 전혀 걱정 없이 여기서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장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3시간 동안 두려움은 사라지죠. 그러면 그 3시간 동안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 중의 하나가 바로 뭐냐 하면 남을 배려하거나 아니면 그 공간을 누구랑 나누는 거. 이런 것들을 잘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빼앗긴다 아니면 무시당한다 하여튼 여러 종류의 어떤 두려움들을 우리가 많이 찾아야 되는데 이게 바로 뭐냐 하면 두려움을 치료하는 건 기능적 언어가 아니라 소통적 언어예요.
     
    ◇ 김종대> 소통적 언어.
     
    ◆ 김경일>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의사 선생님들, 제가 정말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 한 분이 계시는데 그 선생님은 보통 의사 선생님들이 이 병은 유전이네요. 그냥 이렇게 얘기해요. 그러면 환자분들이 얼마나 상처받겠습니까? 부모님 원망하는 경우도 있어요, 유전이니까. 그런데 이 병은 부모님도 이 병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이렇게 얘기하는 선생님이세요. 그러면 똑같은 얘기죠. 그런데 부모님이 겪은 고통을 떠올리면서 아, 내 부모님이 이것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 김종대> 힘드셨구나.
     
    ◆ 김경일> 그러면서 버티시고 키우셨을까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종대>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되네요.
     
    ◆ 김경일> 전혀 다르죠. 그러니까 유전이라고 하는 기능적 언어를 부모님도 이 병 때문에 많이 힘드셨겠어요라고 하는 소통적 언어로 바꿔야 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느끼는 것 그리고 이것 때문에 어떤 최종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가를 우리가 좀 생각을 해 보는 말들을 서로 해야 돼요.
     
    ◇ 김종대> 우리가 그런 소통의 언어로 훈련이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기능적이고 논리적인 걸 따져요.
     
    ◆ 김경일> 사실 그것은 특히 우리나라의 그런 기능적 언어로만 훈련을 받은 분들이 너무 집중적으로 정치 쪽에 계신 것도 이유는 되는 거예요.
     
    ◇ 김종대> 역시 정치의 언어도 문제군요. 제가 뭐 우리 프로에 정치인들 많이 나오지만 좀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대 가장 불안하고 예측이 안 되는 이런 어떤 특별한 시기를 우리가 맞이해서 우리의 두려움, 불안함 이 근원을 따져보는 게 우리 사회에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하신 말씀에도 있습니다마는 한 말씀 더 부탁드립니다.
     
    ◆ 김경일> 사실 행복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돼 있는데요. 첫째가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입니다.
     
    ◇ 김종대> 도구다.
     
    ◆ 김경일>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오늘 작은 행복을 경험해야 내일 힘든 일을 견뎌낼 수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삶의 목표, 먼 인생의 미래에 겪는 해야 되는 목표 달성 같은 건 아니라는 거예요. 두 번째가 바로 뭐냐 하면 크기보다 빈도, 우리 뇌는 크기보다 빈도를 주로 기록합니다. 그러니까 행복한, 엄청난 행복 한 번보다 사실 작은 행복을 여러 번 경험하는 게 훨씬 더 우리를 더 잘 버티게 하고 힘낼 수 있게 해 주거든요.
     
    ◇ 김종대> 소소하면서 자주 오는 행복.
     
    ◆ 김경일> 소확행이랑 다른 겁니다. 소확행은 내일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오늘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내일이 힘드니 오늘도 우리 행복이라고 하는 강장제를 좀 복용하자라는 그런 조금 더 지혜로운 행복관이 필요해요. 작은 행복 그리고 저렴한 행복 그리고 여러 개의 행복들을 보려고 하는 그런 노력들을 좀 우리가 서로에게 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김종대> 지금 국민들 많이 힘드시거든요. 굉장히 어떤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신 분들 많은데 그런 분들끼리도 이런 소통의 언어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 김경일> 그럼요.
     
    ◇ 김종대> 알겠습니다. 의외로 행복이 멀리 있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참 여러 가지 어떤 따뜻한 말씀 들었죠. 우리 청취자분들이 김 교수님 말씀 들으면서 좀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조금씩 방향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경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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