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토요일 새벽 6시. 초등학생 딸이 깨지 않게 살그머니 현관문을 닫고 나온 정모(47)씨가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새벽에 들어온 물품을 진열대에 정리중이던 남편이 서둘러 일어섰다. 마스크 위로 빨갛게 충혈된 눈이 아내를 맞았다.
서둘러 조끼를 입은 정씨는 마저 정리를 하겠다는 남편의 등을 떠밀었다. 부부가 편의점을 운영한 지 4년째. 시아주버니 도움까지 받으며 온 가족이 편의점 운영에 매달렸지만 올해만큼 힘든 때는 없었다.
"작년에는 코로나에도 적금도 꼬박꼬박 들고 그랬는데 올해는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저희 부부가 격주로 한 번씩 쉬면서 일하고 있어요."주말에도 가게에 매달리는 이유는 인건비 문제가 가장 크다. 다른 곳에서 운영하던 편의점도 운영비와 인건비를 빼면 수익이 나지 않아 결국 점포를 정리했다.
정씨는 "시급이 제일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이한테 제일 미안해요. 주말에 놀러도 못 가는데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쓰자니 시급도 오르고 주휴수당까지 챙겨주면 너무 힘들어요."내년도 최저임금이 5.1% 오른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기업은 물론 중소상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매장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 편의점과 빵집 등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자영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A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본사와 이달 말 폐점을 협의중이다.
역세권인데다 오피스와 주거 지역이 5대 5여서 매출이 안정적이었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자 매출이 확 줄었다.
시간당 3명씩 총 14명을 쓰던 아르바이트도 10명까지 줄였다. 아내와 딸을 총동원해 매장을 운영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를 버텨낼 수 없어 18년간 해 온 매장을 결국 접기로 결정했다.
"아르바이트생도 꽤 쓰고 했는데 코로나에 최저 시급까지 올라버리니까 잘못 했다가는 월급도 못 주는 나쁜 사장이 될 것 같더라고요. 저랑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업종을 찾고 있어요."이한형 기자 17년간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한 점주 최모(48)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억 단위로 들어가는데 그걸 포기하고 폐점을 결정하는 건 마치 자살을 결심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15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의 자영업자 1545명 중 95.6%가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는 증가했다. 조사대상 자영업자 81.4%가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평균 부채증가액은 5132만원이었다.
매출 감소는 자연스럽게 고용감소로 이어졌다. 고용 인원은 코로나 전 4명에서 2.1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 그렇다보니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치열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는 "아르바이트 구한다는 공고 올리면 한 시간도 안 돼 지원서가 수십통이 온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점주 최모(38)씨는 "최저임금을 결정한 공익위원들이 장사는 해 봤는지 모르겠다"며 "대기업 근로 기준을 자영업자에게 접목시키는 게 아니라 자영업만의 기준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니다'라는 릴레이 팻말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도심 차량 심야 집회를 예고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최저임금 정책이 오히려 자영업의 고용원에게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