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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QRC코인, 결국 사기혐의 입건…탈북민·조선족 7천억 노려

    QRC뱅크 홈페이지 캡처QRC뱅크 홈페이지 캡처
    경찰이 '유사수신' 의혹을 샀던  QRC뱅크를 '금융다단계' 사기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수만 5천여명에 이르고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해자들 중에는 탈북민이나 조선족 등 경제 취약계층이 다수 포함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QRC뱅크 대표 A(40)씨 등 일당을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쯤부터 QRC뱅크 등 4개 금융투자회사를 운영하며 "매일 투자금의 0.8%의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수천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법)를 받는다.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금을 주는 '투자금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외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B 코인을 발행한 뒤 "코인 1개당 시가 30만 원인데, 초기 투자하면 3분의 1 가격으로 구입할 기회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사기)도 받는다. B 코인은 실제 거래가 불가능한 가상화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거래소 앱을 조작해 B 코인 가격이 매일 오르내리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중간에 코인 일부를 판매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아예 거래소 자체가 없어졌다.

    이외에도 '곧 회사를 상장할 것'이라며 불법 주식 공모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1차엔 주당 1만 5천 원이지만 2차엔 3만 원, 3차엔 6만 원에 팔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에게 빨리 구매해야 한다고 꼬드겼다. 이런 방식으로 최소 250만 주 이상을 팔아 약 687억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일당은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높여주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다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팀장, 과장, 부장, 본부장, 센터장, 이사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끌어온 금액에 따라 직급을 부여했다. 가장 낮은 직급인 팀장을 달기 위해서는 매월 12만 5천 달러(한화 약 1억 5천만원)의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 부장~이사 등의 인원만 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 수는 약 5천 명이다. 아직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들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고액 투자자들은 '참고 기다리면 돈을 받을 수 있다'며 A씨 등을 옹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파악한 전체 피해 규모는 7천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탈북민이나 조선족 등 경제 취약계층을 타겟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족과 탈북민 비율이 전체 피해자 중 70%에 달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한국의 물정이나 정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지인들 소개로 투자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 1억 미만의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피해자 숫자에 비해 피해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 일지라도 이들에게는 피 같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총 4억 원을 투자했다는 조선족 김모씨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주변(조선족 지인)에서 끈질기게 설득해서 작년 8월 처음으로 소액을 투자했다"며 "매일 수익금이 들어오길래 투자금을 늘렸는데, 작년 11월부터는 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곽씨는 "전재산을 다 넣었고,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했는데 이제 난 파산"이라며 울먹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QRC뱅크에서 약속한 날짜에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충격으로 쓰러져 숨진 피해자도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가족·지인들 소개로 돈을 넣은 사람이 많아서 추후에 다툼이 벌어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피해자 모임 단톡방에는 "A 대표님 저는 위암으로 고생하다 병원비에 보탬이 될까 투자를 했다. 수술날짜가 곧 잡혔는데, 도와달라", "전립선 암 환자인데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남은 가족들에게라도 돈을 주려고 아들이 대출받은 1억을 투자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등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QRC뱅크는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 25일 이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A씨 등의 휴대전화와 범행에 사용된 전자기기, 법인 통장 등이 압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의 강제수사 이후에도 이사, 본부장 등의 개인통장을 이용해 계속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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