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 카카오뱅크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이 26일과 27일 양일간 실시된다. 앞서 실시된 카카오뱅크의 기관 수요 예측에는 역대 최대치인 2685조원이 몰리며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이번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의 경우, 이전과 달리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인 증권사에 청약을 넣으려는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투자자 뜨거운 관심··· 공모가 3만 9천원 결정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뱅크의 기관 수요 예측에는 2585조원이 몰렸다. 국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사상 최대 주문 기록이다. 수요 예측 경쟁률도 1732.8대 1로 높은 수준이었다.
기관 수요 예측은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의 가격과 수량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이번 카카오뱅크은 수요 예측에서 이미 뜨거운 관심도가 증명된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희망 단가 범위의 최상단인 3만 9천원으로 결정됐다.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8조 5천억원이다. 이는 금융주 시총 1위인 KB금융과 2위인 신한금융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른 금융지주 주가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고,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장 후 15% 이상 오른다면 금융주 1위가 될 수도 있다.
중복 청약 불가…주식 수량 많은 증권사가 유리
카카오뱅크 제공개인 투자자 공모주 청약은 오는 26~27일이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4곳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이번 공모주 청약부터는 중복 청약이 금지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20일 이후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IPO에 대해 중복청약이 금지된다. 각각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동시 청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복 청약 금지 전에는 청약이 가능한 모든 증권사에 본인 뿐 아니라 가족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청약을 넣으면, 올해부터 도입된 균등 배정 제도에 따라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만일 중복 청약하면 적격 청약을 제외한 나머지 청약에 대해서는 유효한 거래로 인정하지 않아 공모주식이 배정되지 않는다. 실수로 복수의 증권사에 청약했다면 가장 먼저 청약한 건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한 증권사에서 다수의 계좌를 이용해 청약하는 이중 청약도 불가능하다. 이중 청약의 경우 모든 청약이 무효로 간주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반드시 한 증권사를 통해서만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관사인 KB증권이 공모주 물량(881만577~1057만2693주)이 가장 많기 때문에 공모주를 더 많이 받기에 기본적으로 유리하다. 그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597만8606~717만4327주), 하나금융투자(94만3990~113만2788주), 현대차증권(62만9327~75만5192주) 순이다.
증권사별로 50% 이상은 균등 배정 방식으로 공모주를 나눠주고, 나머지 비례 배정 물량은 신청한 주식 수와 증거금 규모에 따라 배분된다.
하지만 특정한 증권사에만 청약이 대거 몰릴 경우, 공모주 물량이 많은 증권사를 통했더라도 공모주를 1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약 기간동안 경쟁률 추이를 보며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로 청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고가 공모가 논란 여전히…상장 후에도 성장세 이어갈까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카카오뱅크는 당초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은행이 아닌 로켓컴퍼니, 패그세구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노르드넷 등 글로벌 금융플랫폼 기업 4곳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전통적인 은행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으려는 의중을 나타냈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플랫폼 성격 등을 따져보면 이들 회사와 카카오뱅크 사이에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ROE대비 과도하다"며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하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차별화해 플랫폼 확장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경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사측은 산업, 규모, 재무, 사업 유사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 특징,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체 해외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에 가깝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상장 후에도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카카오뱅크 측은 지난 20일 프레스톡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로 100% 모바일 은행은 처음이다. 이런 특수성으로 영업이익 구조도 다르고 수익성도 다르고, 높은 영업 성장으로 플랫폼 비지니스로 확장하는 것도 다르다. 이런 점이 국내에 상장된 다른 은행들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