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송호재 기자
전국적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하는 가운데, 코로나 시국 이후 두 번째 휴가철을 맞는 시민들은 사실상 하계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를 나눠서 사용하는 등 예년과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 조직 역시 장기간 휴가를 피할 것을 직원들에게 권고하는 등 바뀐 휴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 공무원 A씨는 이달 초 여름 휴가 계획을 제출하기 전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닷새 동안 휴가를 낸 뒤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는커녕 타지역 방문도 어려워 굳이 긴 휴가를 신청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A씨는 성수기를 피해 두 차례 짧은 휴가를 다녀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뒤 계획을 제출했다.
A씨는 "여름에는 일주일 휴가를 낸 뒤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올해에는 갈 수가 없으니 굳이 휴가를 길게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고민 끝에 휴가를 두 번 나눠서 국내에서 짧게 휴식한 뒤 복귀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매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직원들 휴가 계획을 조사해 왔다.
성수기 등 특정 기간에 직원 휴가가 겹치면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조사에 부서별로 근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에는 '권장 사항'이라는 항목을 추가해 여름 휴가를 2~3일 단위로 2차례 이상 나눠서 사용할 것을 직원들에게 권했다.
또 가급적 사람이 몰리는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가는 등 코로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것을 직원들에게 권장했다.
자칫 장거리 여행이나 성수기 휴가 사용을 일부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지만, A씨처럼 일선 직원 대부분은 올해 코로나 상황 등 특수성 때문에,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서 간부 B씨는 "여름 휴가 수요를 조사했는데, 예전과 달리 긴 휴가를 가기보다는 2~3일씩 휴가를 사용하겠다며 권장 사항을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라며 "코로나 확산세가 심하고, 해외여행도 힘든 만큼 필요할 때 휴가를 나눠서 쓰는 게 오히려 편하기 때문에 조직 방침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송호재 기자경찰 등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의 휴가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긴 휴가를 떠나기 어렵고, 만에 하나 휴가 기간 감염될 경우 본인은 물론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C씨는 "휴가철이라고 해도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 굳이 여름에 휴가를 쓰지 않고 필요할 때 쓸 계획"이라며 "회사에서는 아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를 갈 필요가 없지 않냐는 반응이 많다"라고 전했다.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직원이 코로나에 노출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더욱 더 철저한 주의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울산 제조업체에 출퇴근하는 D씨는 "제조업 특성상 직원 한 명만 코로나에 걸려도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어, 오래전부터 '멀리 이동하지 말고 최대한 조심하라'는 당부가 수차례 내려왔다"라며 "만에 하나 휴가 기간 코로나에도 걸린다면 회사에도 피해가 가는 만큼 아직 별도로 휴가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기세가 해를 넘겨 두 번째 여름까지도 꺾이지 않으면서, 이처럼 일상생활 곳곳에서 예년과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편 부산지역은 지난 21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7명을 기록했고, 23일에는 118명까지 치솟는 등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