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의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이 이어졌다. 연합뉴스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 지난 26일에 송고한 ①편
"넷제로·1.5℃·파리협정·2050···'탄소 중립'이 내 삶을 바꾼다" 기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목표는 주어졌고, 남은 건 실천 뿐이다. 이번에는 세계 각국은, 특히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문 대통령,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2050년 탄소 중립' 천명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2050년 탄소 중립'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부는 이후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기조를 세우고 단계를 밟아 나갔다. 같은 해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1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정부안이 확정됐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 914만 톤)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6년 12월 발효된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 목표를 유엔(UN)에 제출했다. 세계 각국은 2105년 12월 파리협정 채택 이전 자발적으로 정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했으며 2020년까지 이를 갱신하기로 합의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까지 제한하기 위한 자발적 약속
파리협정은 이처럼
각 당사국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뒤 5년마다 UN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파리협정 이전의 기후변화협약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교토의정서(1997년 채택)'는 개별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할당하는 방식이었다. 더구나 선진국만 감축 의무를 부여받았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고작 40여개 나라만 참여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외교부 홈페이지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의의 및 특징' 캡처파리협정은 대신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해야 하고,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온도 목표를 먼저 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소치를 역산했다. ①편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48차 총회에서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온도 목표를 지킬 수 있다고 제시됐다. '2050 탄소중립'의 과학적 근거가 추후에 마련된 셈이다.
아울러 파리협정에는 각 당사국(197개국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계에 가깝다)이 스스로 세운 목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이른바 '후퇴 금지 원칙'이다. 감축 목표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주어지는 벌칙은 없다.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약속을 하고, 다음에는 더 진전된 목표를 세운다. 77억 인류의 미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다.
'지구의 날'에 맞춰 열린 기후정상회의···경쟁적으로 목표 올리는 선진국
특이하게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가 더 많이, 더 빨리 탄소를 줄이겠다는 경쟁이다. 지난 4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의 파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이 이어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가시화한 만큼 탄소 중립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51번째 '지구의 날'에 맞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4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복귀한 뒤 미국의 기후 대응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주요국의 기존 감축목표 및 기후정상회의 발표 내용 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기후정상회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 캡처먼저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세운,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2배 가까이 올렸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기존 목표에 15%p를 더해 55%로 상향 제시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에 비해 2030년까지 26%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46% 감축으로 대폭 상향했다. 캐나다는 기존 2005년 대비 30% 줄인다는 목표에서 한층 강화된 40~45% 감축으로 새로운 목표를 발표했다.
참고로 각국의 기준 연도가 모두 다른 것은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달하는 시점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즉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던 연도와 비교해 2030년까지 얼마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실제로 같은 회의에서 중국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2030년을 온실가스 배출 정점으로 삼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목표 올리겠다" 약속한 정부, 산업계 타격 탓에 고민 깊어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우리는 어땠을까.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기존 목표를 올해 안에 올리겠다"고만 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 1100만 톤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많았다. 그마저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연속 8위에 올랐다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이다. 우리 정부의 감축 목표 상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해 연말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5년 전 계획을 사실상 그대로 제출했다가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묶여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파리협정에 서명한 모든 국가를 향해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파리협정 이행이 불가능하다. 눈을 감고 지뢰밭으로 걸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파리협정 채택 전인 2015년 6월에는 30년 배출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출했다. 탄소 중립에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을 경우에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다음 여기에서 얼마큼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방식이었다. 이를 절대량 방식의 NDC 방식으로 전환한 결과가 '2017년 대비 24.4%' 감축이었다.
정부는 이를 1차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이라고 표현했지만 시민단체와 국제사회의 시각은 달랐다.
계산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 감축 목표는 강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파리 협정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정상회의'에서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2030 NDC를 발표하겠다"고 좀 더 진전된 약속을 했다.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 환경부 보도자료 캡처물론 고민은 깊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최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2030년까지 2018년(7억 2760만 톤) 대비 얼마를 줄일 것이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6억 4860만 톤으로, 전년 6억 9950만 톤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달한 2018년이 새로운 기준 연도가 된 것이다.
정부는 각각 32.5%, 37.5%, 42.5%의 감축률을 도출한 뒤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감안할 때 강력한 안이 선호되지만 핵심산업에 미칠 영향이 문제다. 최다 배출 철강업은 물론, 반도체와 정유화학 업계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한 뒤 지난 5월 발족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이를 제출한다. 10월 안에 감축 목표를 확정해야 11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상향'된 NDC를 제출할 수 있다. 정부가 어떤 목표를 세우느냐에 따라 개별 기업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각 기업 차원에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실천하는 'RE100' 같은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 등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