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기정 원장(가운데). 연합뉴스남북 통신선 복원에 대해 미국 정부 당국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미국 대북 전문가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평화연구소(USIP) 주최 세미나에서다.
우선 우리측 인사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기정 원장은 "남북이 대화 라인을 복구했는데 이는 북한이 이야기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앞으로의 2주가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중요한 시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다음 달 예정된 만큼 앞으로 2주간 북한의 도발을 막고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수 있는 미국의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미국의 메시지와 관련해 그는 한미 간 완전한 조율을 전제로 대북 경제적 지원과 함께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언급했다.
김 원장은 "아무런 조치 없이 2주를 넘기면 북한이 도발하고 통신선 복원, 친서 교환 다 소용없이 경색될 수 있다"며 연합훈련을 진행하더라도 미국이 좀 더 믿을만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북한이 도발을 안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북한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북한이 중국에 기울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자 미국측 전문가들이 이견을 제시했다.
먼저 조셉 윤 전(前)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금까지 외교적 성과가 없었던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해 솔직히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북한이 핵역량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더 끌려는 것은 아닌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실 북한담당관도 "북한이 통신선 복구를 했으니 군사훈련을 줄여야 한다, 없애야 한다는 건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북한은 계속 시간을 벌고 있고 오늘도 정밀 타격 능력을 배양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본질적으로 고립 국가인 북한이 남한과의 통신을 굳이 재개하는 선택을 한 것이 왜 시간을 버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연결 짓지 못했다.
특히 이들의 전망은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을 벌기위해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해왔던 쪽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는 명제와도 모순된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 고도화에 이미 성공한 것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평가 받고 있는 북한이 굳이 '지금' 시간을 벌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설명이 필요한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적으로 내핍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의 최근 절박한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화석화된 대북인식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 있는 관측이다.
역시 김기정 원장이 다시 이들의 분석을 반박했다.
"워싱턴과 서울 간 온도차 있다. 워싱턴에서는 북한 피로도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해야 하고 가야 할 길이 있다. 워싱턴의 대북정책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라는 아름다운 표현 썼지만 두 표현을 함께 사용하기 힘들다. 방치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능력 높였다. 이후 화염과 분노 정책이었지만 이는 대응적이다. 우리는 프로 액티브(상황을 앞서서 주도하는)한 것이었다. 한반도가 화약고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 여기서 갖는 지정학적인 이해관계 생각해볼 때 미국이 좀 더 생산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로하니까 안 한다? 그건 아니다. 문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날 한국측 참석자들은 특별히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철도 연결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철도연결은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 △연결 과정에서 남북 군사 당국간 협력이라는 부수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북한이 도발해도 남한에 매몰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 △반대로 북한에게는 도발하지 않도록 결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철도 협력을 먼저 하기 전에 남북간 철도 협력을 함으로써 중국의 선점 효과를 차단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