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조사 중인 화재조사관. 송파소방서 제공
"화재조사관은 교대해줄 사람도 없어요. 출동이 겹칠 경우 잘못하면 실신하기도 하죠. 실신하지 말라고 호(號)를 '실신'으로 붙였어요. '실신 장동기'라 불러요"
1일 만난 서울 송파소방서 지휘3팀 직원들은 화재조사관 장동기(48) 소방위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소방위는 "아무래도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사계절 중 가장 힘들다"며 멋쩍게 웃었다.
장 소방위가 맡고 있는 화재조사관 업무는 진압대원들이 불을 끄고 난 뒤부터 시작된다. 화재 원인과 피해 정도를 조사하기까지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이 걸린다.
불이 꺼져도 현장에는 잔열이 남는다. 요즘처럼 폭염이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화재조사관 역시 진압대원처럼 25㎏에 달하는 방화복을 입기 때문에 여름에는 이중고를 겪는다. 장 소방위와 동료들은 "불가마 속에서 불가마에 또다시 들어가는 느낌의 열기"라고 했다.
하지만 화재조사관을 위한 폭염 대책은 마땅치 않다고 한다.
진압대원은 타 소방서 인력을 추가 출동시키는 조치 등으로 근무 교대가 가능하지만 조사 인력은 팀당 2명뿐이다. 이들 중 1명은 화재 원인을, 다른 1명은 화재 피해를 분담해 조사하기에 업무를 대체해줄 사람이 없다.
폭염이 찾아오는 여름철에는 에어컨 실외기 화재 신고 등이 유독 잦다. 지난달 21일 저녁에만 동시다발로 3건의 화재가 발생해 장 소방위는 3곳에서 약 4~5시간에 걸쳐 잇달아 조사를 해야만 했다.
장 소방위는 "땀에 절어 냄새도 나고 몸 곳곳에 시커먼 그을음이 남지만, 샤워도 못 하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에게 지급되는 얼음조끼와 같은 장비가 있으나 화재조사관들은 사용을 꺼린다. 무거운 방화복 안에 얼음조끼까지 입으면 행동이 둔해져 조사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둔 얼음물만으로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지휘3팀 안전관리 담당자인 박윤근(42) 소방장은 "현장 활동을 2시간 이상 못 하도록 하는 폭염 대책을 세웠지만, 신고가 동시다발로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화재조사관의 처우나 근무 여건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옷이나 장비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