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기업공개(IPO) 시장에 등판한 '대어' 기업들이 '공모가 거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저마다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으며 대응했지만, 증권사들은 줄줄이 '고평가'란 입장을 내놓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며 사실상 공모가를 낮출 것을 요청하는 사례도 나오면서, 공모가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월트디즈니·노르드넷?···해외기업 비교해 공모가↑
최근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은 모두 해외 기업을 기업가치 산정의 비교 대상으로 제시하며 논란을 키웠다.
3일 일반 청약을 마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밸류체인 내 지위, 핵심 개발진의 역량 차이로 해외 상장사를 비교 회사로 추가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핀테크 사업 내 독보적인 시장 지위 확보와 높은 성장세로 비교 대상에서 대면 영업 위주의 금융회사를 제외했다"고 썼다. 카카오페이 역시 "금융 플랫폼 사업 모델과 시장 지위 차이로 비교 기업으로 국내 상장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냉정했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를 두고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지역별 특징, 금융 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채 해외 디지털 금융사업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공격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희망하는' 공모가의 대강의 범위를 결정해두고 이에 맞추는 식으로 비교 기업을 선정할 수 밖에 없다. 상식적으로도 대략의 희망 가격에 맞춰져 비교 기업 선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가 높아야 상장 주관사 인센티브 커
연합뉴스상장 주관사는 나름의 기업가치 책정 모델로 기업을 평가하지만, 상장 주관사 입찰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당 기업의 가치를 공격적으로 제시할 수 밖에 없다. 공모가가 높아짐에 따라 수수료도 높아지는 것 역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모금액의 0.8%를 기본 수수료로, 0.3%를 성과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곧 공모가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주관사가 받는 수수료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카카오페이 역시 기본 수수료 0.8%에 더해, 상장관련 실적이나 기여도 등을 고려해 공모액의 0.2%내에서 성과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공모가 상향 유인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들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믿고 실제 기업가치보다 부풀려 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공개 시 이후 가격 변동은 다양한 요건에 의해 결정되고, 일반적으로는 이후 가격 상승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산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어 개별 기업이 이러한 유동성에 기대서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것도 있고, 전체적인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이 이뤄지는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예의주시 "투자자 보호해야"
금융당국도 고가 공모가 논란을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SD바이오센서,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대어' 기업 3곳이 모두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증권가에선 사실상 공모가를 낮추라는 요구로 받아들이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에서 결정되고 평가받아야 할 공모가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공모가를 조절하기 위한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권한을 행사할 뿐이란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 방식이나 비교 대상 기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할 뿐"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 사항이다. 만일 상장된 뒤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공모주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앞서 SD바이오센서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인 16일 종가가 6만1천원으로 최초 공모가 희망 범위인 6만6천~8만5천원을 상당히 밑돌면서 '공모가 거품'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