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왜 EU(유럽연합)는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기존 가격보다 더 비싸게 샀을까?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지난 5월 화이자와 1회분에 19.5유로(약 2만 6670원)에 코로나19 백신 18억 회분을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2차례 6억 회분의 공급계약을 체결할 때 가격(15.5유로‧약 2만 1200원)보다 25% 인상됐다.
모더나와는 기존보다 12% 오른 1회분당 25.5달러(약 3만 원)에 3억 회분을 구매하기로 했다. 기존 계약은 한 회분당 22.6달러(약 2만 5960원)에 1억 6천만 회분을 구입했다.
티지아나 베인 EU 의원은 "EU가 바가지를 썼다.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해 계약 초기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왼쪽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 연합뉴스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산하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인상된 가격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며 "변이와 생산, 배송 등에 대한 엄격한 조항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백신 공급 계약에 대해 잘 아는 EU의 한 관계자는 "백신의 효과가 입증됐고 경기침체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했다"면서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EU에서 접종하고 있는 모든 백신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자회사 얀센)의 백신은 드물게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EU에서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EU의 추가 수요가 백신 생산과 배송에 대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화이자의 대변인은 EU와의 계약가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계약과 기존 계약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취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U를 대표해 백신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EU위원회도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EU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EU가 제조사의 생산능력, 배송 스케줄, 백신 기술 등의 요소를 고려해 백신 제조사와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연구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지오바나 드 마이오 비상임연구원은 "EU가 너무 돈을 적게 쓰거나 많이 쓴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가격보다 백신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화이자와 1회분당 24달러(약 2만 7565원)에 2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구입했다. 초기 19.5달러(약 2만 2390원)에 3억 회분을 구입한 것보다 인상된 가격이다.
화이자는 미국에 공급하는 가격이 인상된 이유는 생산과 포장, 운송에 필요한 투자금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아과 등 개별적인 백신 접종 장소로 공급하기 위해 포장을 소형화하면서 추가 가격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럽은 이번 백신 추가 공급 계약 당시 백신 원료와 백신 생산을 EU 내에서 하도록 조건을 추가했다.
앞서 초기 공급 계약 때는 백신만 EU 내에서 생산하도록 했을 뿐, 원료 생산은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 지역 내에서 백신을 생산한 경우, 공급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제조사의 재량권이 제한되는 반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