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노트 제공'조드윅'(조승우+헤드윅) 언니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4일 뮤지컬 '헤드윅' 13번째 시즌이 공연 중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팬데믹과 피케팅을 뚫고 자리한 700명 남짓 관객은 조승우의 목소리, 눈빛, 몸짓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겼다. 함성과 환호를 보내지 못하는 대신 조승우가 들려주는 노래와 인생 이야기에 몰입과 박수로 화답했다.
조승우는 빨강 망토를 두르고 금빛 가발과 입술 모양이 찍힌 마스크를 썼다. 그가 1층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 위로 올라오면서 공연이 시작됐다. 조승우는 이내 답답한 마스크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더니 "언니 왔단다"라고 속삭이듯 얘기했다. 찰진 입담과 쏟아지는 박수. 마침내 헤드윅 공연장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헤드윅은 2005년 4월 한국 초연 이후 12번의 시즌 동안 2300회 공연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렌스젠더 록가수 한셀(이후 헤드윅으로 개명)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들려준다.
조승우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6번째 시즌을 함께 한다. 동행한 세월만큼 헤드윅 역에 도가 텄다. 자신만의 헤드윅 캐릭터를 완성했다. 능수능란한 노래와 춤, 섬세한 연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록부터 팝송, CM송, 랩까지 다양한 장르의 넘버를 맛깔나게 불렀다. 짧은 스커트와 하이힐 부츠 차림으로 파워댄스, 섹시 댄스, 코믹 댄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패러디한 '곰 내려온다'를 부르며 앰비규어스컴퍼니의 춤을 따라하는 장면은 웃지 않고 못 배긴다.
쇼노트 제공무대 위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수위 높은 입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가 하면,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관객의 눈가를 촉촉하게 적신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시즌은 헤드윅이 객석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신 조승우는 팬데믹 상황을 빗댄 농담으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양봉용 방충모자를 쓰고 객석으로 내려가려다가 제지당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진심이 전해졌다.
헤드윅의 노래와 인생 이야기에 담긴 희로애락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헤드윅이 조승우인지, 조승우가 헤드윅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만큼 헤드윅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이다.
공연이 끝나면 웬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은 공연장을 쉬이 떠나지 못하고 텅 빈 무대를 응시하거나 출구가 있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무대 쪽을 자꾸 돌아봤다.
조승우와 함께 오만석, 이규형, 고은성, 렌(뉴이스트)이 헤드윅을 번갈아 연기한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은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캐스팅됐다. 조드윅 언니, 다음 시즌에 또 봐. 그땐 객석으로 내려와 같이 즐겨.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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