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강을 형성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의 상호비방전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과거 허물 찾기에 천착한 나머지 상호 조폭 연루설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폭 연루설 꺼내려 26년 전 판결문 소환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
정 단장은 이 지사와 문흥식 5·18 구속자부상자회장이 단독으로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보도에 따르면 이 사람은 모 사건의 1심 판결문에 '광주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이라고 나와 있다"며 "두 사람이 다정히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 정운현 페이스북 캡처광주지법은 1995년 판결을 통해 문 회장이 '신양OB파' 행동대장이라고 적시했다.
현재 5·18 구속자부상자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과거 조폭이었으니 조폭과 연루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자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문 회장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이낙연 후보가 '광주 폭력조직의 행동대장'과 함께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2020년 7월과 2021년 1월 '두 차례'나 문 회장과 만난 점을 강조하며 "함께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역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두 후보 모두 5·18 유공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문 회장을 만난 것인데 이 사건이 26년 전 판결문을 근거로 느닷없이 조폭 연루설로 변질된 것이다.
'이재명 음주운전' vs '이낙연-최성해 만남'
그동안 양 캠프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해 온 소재인 이 지사의 음주운전 이력과 이 전 대표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간 만남에 대한 비방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캠프 남영희 대변인은 5일 이 전 대표와 최 전 총장의 만남에 당원들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만남 자체가 아니라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을 잔혹하게 수사하던 그 시점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최 전 총장이 이 전 대표를 영주에서 만난 것이 전부였다고 했지만 서울에서 따로 만난 것이 공개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삼척동자도 최성해를 알아보던 시기에 이 후보가 그를 찾아가 만나 찍은 인증샷은 많은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사진취재단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음주운전을 집중 공략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포함한 5대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게 강한 처벌과 불이익을 주려한 것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아랫사람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과연 기강이 확립되겠느냐"며 "성남시 공무원이 머리 숙여 사과했을 때 이재명 후보는 어떤 답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20대 때 소중한 멘토를 잃었던' 사람으로 소개한 이낙연 캠프 김영웅 대변인은 "음주운전은 그동안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 가장 많은 장애인을 만들어온 범죄다.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이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고 감성에 호소했다.
상대 진영 "네거티브" 비난…송영길 대표도 논란 도마 위에
정세균(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런 비방전 양상에도 각 후보 측은 서로 상대방이 네거티브에 나서고 있다며 비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재명 캠프 전용기 대변인은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꼬집기'라고 비유될 정도의 네거티브였다", "오늘도 이낙연 캠프 인사들은 더한 독설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있거나 지나치고 퇴행적"이라며 후보와 캠프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도 "많은 당원 지지자와 국민이 보고 계신 TV토론에서 검증 없이 덮어 씌우는 행위야말로 네거티브"라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이 지사를 저격했다.
과잉 경쟁을 우려한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공격하더라도 자신이 후보로 당선됐을 때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방들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뛰어주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는 생각을 전제로 싸워야 한다"며 확산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최근 경선 후보 검증단 설치를 반대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당원 일부는 송 대표가 이 지사를 돕고 있다며 '이심송심'(李心宋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송 대표는 "나도 35%를 득표한 당 대표로 송영길을 지지하는 수많은 당원이 있다"며 "나를 공격해서 투표에 무슨 도움이 될지, 후보들이 생각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열린캠프에서 열린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비방전 과열에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 측 캠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비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공격적인 자세가 효과를 거둔 것은 알겠지만 그런 식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선두 주자 캠프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이 지사가 이뤄 온 행정적 성과와 정무적 감각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 공약을 잘 홍보만 해도 충분할 텐데 불필요하게 과열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이 전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풍부한 경험과 세밀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챙길 수 있는 꼼꼼함인데 최근 캠프 내에서는 이와 조화되기 어려운 전략이 다소 나타나고 있다"며 "추격하는 입장에서 정책 경쟁만으로는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지만 결국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