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율로는 선두 그룹인, 그러나 최근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물론 정치권에 입문한 지도 얼마 안된 두 대선후보에게 공히 겹치는 지적들이 있다. 바로 "준비가 아직 덜 됐다"는 것.
단순히 태도나 발언 등에서 정치 문법을 익히지 못해 어수룩하다는 비판이 아니라, 정책과 공약 등 콘텐츠 면에서 '극도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잘 쓰면 되고, 배우고 채우면 된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돌파하려는 자세 또한 문제다.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꾹 참았다는 듯, 대선 경쟁을 본격화한 두 후보들에 대한 비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5일 SNS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 "한 분은 하시는 발언마다 갈팡질팡 대변인 해설이 붙고 '진의가 왜곡됐다'고 기자들 핑계나 대고, 또 한 분은 준비가 안 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각각 비판했다.
앞서 최 전 원장은 전날 대선 출마 선언 뒤 기자들의 정책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해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을 받고 후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며 '솔직한' 대답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3일 부정식품과 페미니즘 논란과 관련해 캠프 관계자가 해명을 하거나 장문의 설명을 붙여야 했다. 이날은 또 '후쿠시마에 방사능이 유출된 바 없다'는 윤 전 총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캠프 측은 이 역시도 "맥락이 왜곡됐다"며 언론탓을 했다.
홍 의원은 "차분하게 사안을 연구하시고 공부를 하신 후에 메시지를 내시라"며 "
준비가 안 되셨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셔서 준비된 후에 다시 나오시라"며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저출생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비판한 대목은 '정책을 정치와 분리된 한 차원 낮은 이슈'라고 생각하는 두 후보의 자세였다. 유 전 의원은 "
정치와 정책을 별개라 생각하고 공정이나 헌법정신 등 애매한 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서 그게 정치라고 생각하고, 정책은 한 급 낮은 것 같이 얘기하는 후보는 생각을 고쳐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 되는 사람은 구름 위에서 정치만 하고 정책은 장관 잘 뽑고 청와대 수석 잘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라며 "그런 식으로 대통령이 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
정치가 정책이라 생각하고, 정책의 70~80%는 경제와 민생 관련이라고 본다"는 자신의 지론을 설명하면서 "제 공약들은 유승민이라는 사람이
머리와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숙성시키고, 재원은 가능한지 무리가 있더라도 해내야 하는 건지 미래를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후보 본인부터 철학이 서고, 그 위에서 오랜 고민을 거친 공약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최근 두 후보의 행보와 발언 등을 가리켜 "
정치와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하고 선언하시고 입당하셨는지 매우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분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대통령이라는 것은, 매우 잘못된 구태정치고 잘못배운 정치라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증을 통해서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윤 전 총장과 최 전 총장이 정치와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 국민의힘 안에서 원팀을 이뤄 정권교체에 힘을 보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당장 이날 후보 간담회에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불참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특히 당지도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두 후보가 가장 무겁게 들어야 할 부분은 역시 구태정치의 상징인 '세 과시'적 행보였다.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두 후보에게 의원들이 대거 줄을 서는 듯한 세태도 함께 지적됐다. 윤희숙 의원은 간담회에서 "두 분의 행보를 보면, 정책과 비전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정도로 준비돼있다고 생각을 못하겠는데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은) 뭐를 보고 가서 계시는건지,
그렇게 정책비전 준비 안 돼 있다고 하는 상황에서 줄 서는 걸 정치적 자산으로 생각하려는 건 양쪽 다 구태적인 정치"라고 말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한다며 격한 표현을 동원하는가 하면 유력 주자들의 지근거리에 서려 하는 자당 의원들을 '파리떼'라고 부르는 등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환영한다며 연명이 돈 것을 '패거리 정치'라고 규정하면서 "
이런 파리떼들이 우리 당을 망칠 수 있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후보들의 선당후사'를 강조하면서 자리를 비운 홍준표 의원까지 겨냥해 "새로오신 두 분하고 그렇게 복당을 간곡히 요청하시던 분(홍 의원)까지 당의 공식 레이스가 시작되는데도 밖으로 돌고 계시는데,
각자 개인플레이 하실 거면 입당 왜 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