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닝을 끝내고 환호하는 조상우. 이때까지는 좋았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 대표팀의 불펜투수 조상우는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조상우는 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스코어를 6대5로 뒤집자 6회초 팀내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조상우는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중반 위기 혹은 승부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도 덕아웃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상우는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2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줬지만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실점없이 임무를 마쳤다.
조상우는 열흘 동안 6경기에 등판해 무려 146개의 공을 던졌다.
1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등판했다. 여유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없었다. 조상우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릴만한 상황에서만 기용됐다.
조상우는 제1차 준결승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한일전에서는 동점이던 경기 중반 등판해 일본 중심타선을 상대로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조상우는 미국과의 제2차 준결승에서 처음으로 무너졌지만 피로가 많이 쌓였을 그를 탓하는 야구 팬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하루 쉬고 등판한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제 역할을 해낸 것 자체가 박수받을 일이다.
불펜 에이스는 보통 마무리 투수를 맡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펜 에이스를 경기 중반 승부처에 기용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9회까지 리드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상우의 기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상우 다음이 문제였다. 고우석은 한일전에서, 오승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흔들려 6대10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결과는 '노메달'이었다.